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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유기의 당나라 스님은 현장법사가 아니다?
상하이사범대 후충 교수 ‘서유기 신론…’
삼장법사가 서역으로 간 이유 등
학계·일반인 통념 뒤엎어 논란 예고

 

소설'서유기'의 삼장법사 모델이 역사적 현장법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능옥 선임기자] 중국 학계에서 ‘서유기’에 대해 통념을 뒤엎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서유기에 나오는 당나라 스님의 모델은 현장법사가 아니며 지은이도 우청언(吳承恩)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또 당승이 서역으로 간 이유도 불교 경전을 번역하고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망자의 넋을 좋은 곳으로 제도(濟度)하기 위한 대승경전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중국 온라인 관영매체 펑파이(澎湃新聞) 따르면, 상하이사범대학 후충(侯冲)교수와 양텐치(楊天奇) 박사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 ‘서유기 신론급기타’(西遊記 新論及其他,侯冲·王見川 編著)에서 ‘서유기’ 백회본 소설과 불교문헌을 비교 분석해 당승의 서천취경(西天取經-서역으로 가 불교경전을 가져옴)의 고사를 새롭게 해석했다.

이들 연구진은 당승은 현장법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비록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 당대의 위대한 여행가이자 번역가인 현장법사를 서유기 당승의 원형으로 보고 있지만, 소설 속 당승과 역사 상의 현장법사는 출신, 사승(師承), 불경을 가지러 간 시기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유기’와 7세기 중엽 당나라의 학승 혜립과 언종이 편찬한 ‘대당대자은사삼장법사전(大唐大慈恩寺三藏法師傳)’에 나오는 현장법사를 비교해보면 두 사람은 출가전 속성(俗姓)이 진(陳)씨라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는 게 근거다.

실제 역사 속 현장법사는 불교 법상유식종의 창시자로 존경받고 있다. 그는 불경의 번역뿐 아니라, 정묘한 논리적 사유와 사변적 지혜로 이름을 높였다. 이에 반해 ‘서유기’의 삼장법사는 명심견성(明心見性)의 불교적 소양이 현장법사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후충 교수는 “소설 속 당승은 확실히 명심견성의 선승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망자의 허물을 씻어주는 역할을 맡은 교승”이라고 주장했다.

저자 우청언(1500?~1582?)에 대해서도 이를 부정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명심보감이 핵심증거다. 서유기에는 ‘명심보감’과 같은 계몽적인 책의 문구가 많이 인용되는데, 그 내용이 우청언이 사망한 이후에 나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유기의 실제 작가는 우청언 후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일례로 ‘백회본 서유기’에 “일음일탁 막비전정(一飮一啄, 莫非前定-한 번 마시고 한 번 쪼음도 미리 정해지지 않은 것이 없다)”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 문구는 명나라 만력 13년, 1585년판 ‘명심보감’에 처음 등장한다. 그러나 현존의 ‘세덕당백회본 서유기’는 만력 20년(1592년)에 간행됐다. 이를 역산하면 ‘백회본 서유기’는 가장 빨라야 만력 13년 이후에 나온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만력 13년, 1585년이면 우청언이 사망한 이후이다. 이 때문에 대만 왕젠촨 교수는 결론적으로 “우청언은 ‘백회본 서유기’의 작자일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소설 속 당승이 서역으로 간 이유에 대한 분석도 분분하다. 후충 교수는 “당승이 서역으로 이유는 불교경전을 번역하고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소설 ‘서유기’ 8회에서 12회를 보면, 삼장법사가 물과 육지를 떠도는 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기 위해 수륙법회(水陸法會)를 주관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수륙법회 도중 관음보살이 읽고 있는 불경은 소승교법(小乘敎法)이며, 그 불경으로는 결코 망자를 하늘로 올라가게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오직 사람을 서역으로 보내 대승경(大乘經)을 가져와야만, 비로소 망자의 혼을 하늘로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후충 교수는 이를 근거로 당승이 서역으로 가는 목적이 '망자의 구원'이라고 봤다.

중국 내에서는 서유기를 새롭게 해석한 이 저서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펑파이는 “문학, 불교, 계몽서, 풍속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학자들의 최신 성과를 모은 ‘서유기’연구의 역작” 이라고 평가한 반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허황된 연의소설은 진짜, 가짜가 없으며 설혹 역사적 배경을 부여했다 해도 이는 단지 사실감을 높이기 위한 것일 뿐” 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kn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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