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인 HBM-PIM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HBM-PIM 관련 이미지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차세대 기술 선점을 통해, 글로벌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기술 초격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슈퍼컴퓨터(HPC) 등 초고속 데이터 분석에 활용되는 D램 제품인 ‘HBM2(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 아쿠아볼트(Aquabolt)’에 AI 엔진까지 탑재한 ‘HBM-PIM’ 개발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관련 논문은 16일(미국 현지시간) 반도체 분야 세계 최고권위 학회인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발표됐다. 이날 메인 발표는 삼성전자 D램 설계팀의 권영천 스태프엔지니어가 맡았다.

PIM(Processing-in-Memory)는 메모리 내부에 연산 작업이 가능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차세대 신개념 융합기술을 말한다. HBM2 아쿠아볼트는 지난 2018년 1월 삼성전자가 양산한 2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로, 이번 HBM-PIM 기술을 탑재할 경우 기존 시스템 대비 성능이 약 2배 이상 높아지고, 시스템 에너지는 70% 이상 감소된다.

또한 기존 HBM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지원할 수 있는 점도 이번 기술의 특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들은 특별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변경 없이 HBM-PIM을 통해서도 강력한 ‘AI 가속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AI의 응용 영역이 확대되고 관련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 특히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고객사들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커져왔지만 기존 메모리로는 ‘폰 노이만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폰 노이만 구조는 오늘날 대부분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중앙처리장치(CPU)가 메모리로부터 명령어를 불러오고 실행하며 그 결과를 다시 기억장치에 저장하는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CPU와 메모리간 주고받는 데이터가 많아지면 작업처리가 지연되는 현상이 생긴다.

삼성전자는 신기술을 통해 메모리 내부의 각 뱅크(주기억장치 구성시 최소 논리적 단위)에 인공지능 엔진을 장착하고 병렬처리를 극대화해 성능을 높였다. 기존 폰 노이만 구조의 단점을 상당 수준으로 극복한 것이다. 또한 HBM-PIM은 메모리 내부에서 연산처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CPU와 메모리간 데이터 이동이 줄어들어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와 관련 박광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장(전무)은 “HBM-PIM은 AI 가속기의 성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업계최초의 인공지능 맞춤형 PIM 솔루션으로, 삼성전자는 고객사들과 지속적으로 협력을 강화해 PIM 에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릭 스티븐스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 CELS(컴퓨팅·환경 및 생명과학) 연구실장도 “HBM-PIM은 AI 응용을 위한 성능 및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놀라운 성과”라면서 “HBM-PIM 시스템 평가를 위해 향후에도 삼성전자와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내 다양한 고객사들의 AI 가속기에서 HBM-PIM을 탑재해 테스트 검증을 완료할 예정이다. 향후 고객사들과 PIM 플랫폼 표준화·에코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인 HBM-PIM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HBM-PIM 관련 이미지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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