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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밤 10시 붐비는 거리, ‘예약’ 택시, 그리고 화난 상인 “자영업자 달래기용”[촉!]
썰렁하던 거리 영업시간 끝날 쯤부터 ‘북적’
“한두잔 더 마실 수 있지만…달라진점 없어”
“제한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가겠다는 심리도”
격앙된 자영업자들 “평소보다 한두팀 늘었을까”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완화되면서 식당 카페 등 영업시간이 1시간 연장된 지난 15일 오후 10시께 서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 식당의 영업 시간 끝나자 시민들이 일제히 나와 발길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주소현 기자/addressh@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지난 15일 오후 9시께 서울 광진구 먹자골목인 ‘건대맛의거리’ 일대는 썰렁했다. 불과 하루 전 같은 시각만 해도 귀가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지하철 건대입구역 방향으로 이어졌던 곳이다.

같은 날 0시부터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로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됐던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오후 10시로 1시간 연장된 첫날, 건대입구역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과 자영업자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새로 주어진 1시간 동안 시민들은 음식점과 주점에서 좀 더 여유롭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후 9시가 넘어서도 음식점 종업원이 고기를 직접 구워 주거나 굽기 전의 생고기가 쟁반에 수북하게 쌓인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들은 아직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듯이 외투를 걸치지 않은 채 가게 입구를 서성이며 통화하거나 흡연을 하기도 했다.

이른바 ‘2차’로 갈 법한 일부 주점은 북적이기도 했다. 약 60㎡ 면적으로 3개 층인 한 일본식 선술집은 1층만 사용하고 있었지만 내부에 손님이 30여 명이 넘었다. 서넛씩 둘러앉은 손님들은 서로 등이 닿을 정도로 가깝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음식점은 오후 9시를 넘기면서 손님들이 하나둘 빠져나와 매장 내 테이블 중 절반 가까이 비어있었다. 일부 업주는 오후 10시가 되기 전부터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는 등 마감을 준비했다.

한적하던 거리는 오후 10시가 임박하자 분주해졌다. ‘예약’ 또는 ‘빈차’ 등(燈)을 켠 택시들과 자가용들이 이면도로로 몰려들었다. 일부 음식점에서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는 가사를 담은 노래 ‘또 만나요’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식당 등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게임장 안팎에서 게임기를 두드리거나 인형을 뽑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시민들은 ‘1시간 연장’이 크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친구와 둘이 오후 7시부터 저녁을 먹었다는 대학생 이모(25) 씨는 “술을 한두 잔 더 마실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면서도 “급하게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4)씨도 “오늘(15일)부터 오후 10시까지인 줄 모르고 나왔는데 어쩐지 (식당에서)내쫓지 않더라”면서도 “이전과 달라진 점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오후 9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면 오히려 식당이나 대중교통 내 밀집도가 높아진다는 일부 지적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부산에서 왔다는 변규민(26)씨는 “부산은 일주일 전부터 오후 10시로 영업시간이 완화됐는데 그 시간대 지하철이 붐비는 건 마찬가지라 사람이 적어질 때까지 주변을 산책하거나 걸어서 집에 가기도 했다”며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그 시간까지 채우고 가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자영업을 한다는 취업준비생 이모(24)씨도 “(오후)9시까지 영업할 때에는 손님들이 식사만 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후)10시까지 영업하게 되니 ‘술을 더 마시면서 마감시간을 지키고 간다’는 말씀을 (손님들에게)들었다”며 “오후 10시 제한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정심빈(28)씨는 “친구와 오후 8시30분에 만나 저녁을 겸해 술을 마셨다”며 “(오후)10시까지 영업을 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집에서 만났을 것”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도 1시간 영업시간을 늘려서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상식(41) 씨는 “손님들이 좀 더 편하게 드신다는 거 외에 큰 차이가 없다”며 “(오후)8시30분께까지 늦게 들어온 손님도 있었으나 평소보다 한두 테이블 더 늘어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분노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점 사장 A씨는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하니 ‘달래기용’으로 1시간 연장해 준 거 아니냐”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오후 5시에 출근해서 오후 7시에 문 여는 가게에서 1시간 연장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며 “손님들이 오는 시간 자체가 1시간씩 늦어지거나 있던 손님들이 더 머무르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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