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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상호 “그만 하시죠”…21년전 과거 ‘발목’·박원순 발언 ‘자충수’[정치쫌!]
“전체 아닌 혁신 롤모델” 해명에도 2차 가해 비판
‘새천년 NHK 사건’도 재소환…사과 직후 논란
“경선 겨냥 ‘진보 선명성’ 부각했지만…부정적”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그만 하시죠. 충분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나지막한 목소리에서 불편한 기색이 잔뜩 배어나왔다. 15일 CBS라디오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두고 ‘롤모델’이라고 표현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앵커의 질문이 재차 이어지자 더 이상의 답변을 거부한 것이다.

우 후보의 해당 발언은 설 연휴 내내 정치권을 달궜다. 당장 야권에서는 “2차 가해”, “성범죄에 공감하는 것”, “또다시 권력형 성비위라도 일으키겠단 것인가”라며 날선 비판과 사퇴 압박이 쏟아졌다.

우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출마선언 이후 20여차례 인터뷰에서 인권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존중하고,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얘기를 20여차례 했다”며 “박 전 시장 인생의 전체가 내 롤모델이 아니라, 내 혁신의 롤모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파문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당내 경선을 겨냥한 ‘승부수’였지만,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발언으로 박 전 시장의 성비위 의혹으로 촉발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원인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2차 가해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우 후보 개인으로서는 ‘새천년 NHK 사건’ 재조명과 겹치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새천년 NHK 사건’에 대해 “제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고 있는 일”이라며 고개를 숙인 지 하루 만에 내놓은 발언이라 더욱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우상호 의원 [연합]

‘새천년 NHK 사건’을 소환한 것은 이언주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 후보에 대해 “이렇게 여성을 폄하하고 성인지감수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성추행이 원인이 되어 생긴 보궐선거에 출마하다니, 얼마나 서울시민들을 우습게 여기면 그러겠나”라고 저격했다. 자신의 향해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판한 우 후보에 대한 반격이었다.

우 후보는 해당 사건이 소환되자 “과거의 내 실수에 대해서는 반성해 왔고 거듭 사과 드렸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후보를 겨냥해 “21년 전 일로 은퇴를 요구했다”며 “이당 저당 옮겨다니며 반성과 사과를 해 본적도 없는 정치철새로부터 이런 지적을 받는 것은 참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이언주 후보는 남을 탓하기 전에 본인부터 돌아보길 조언드린다”고 맞받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0일 서울 은평구 대림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우 후보의 당초 생각대로 ‘박원순 롤모델’ 발언이 당내 경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는 ‘새천년 NHK 사건’에 발목 잡힌 우 후보가 당내 경쟁자인 박영선 후보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무리수’를 던졌다는 분위기에 무게가 실린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우 후보 본인은) 지지층 결집을 바라고 이슈를 던졌겠지만, 긍정적이지는 않다”며 “박영선 후보와 비교해 자신이 갖는 강점이 ‘진보 선명성’인데, 아직까지는 서울시민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 선명성’은 당내 경선에서 조금 유리할 수는 있겠지만, 본선에서 내세웠다가는 두들겨 맞기 딱 좋다”며 “박원순이 열심히 했으나 박원순이 못한 부분들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던지, 부동산·교통 등 서울시민들이 절실하다고 느끼는 포인트를 가지고 차별화 시도를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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