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광장] 아동학대는 막을 수 없나?

얼마 전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둔 한 중년여성이 심한 우울증을 호소하며 외래에 찾아왔다. 발병 원인은 완치 가망이 없는 상태에서 한평생을 불치병과 싸우며 살아야 하는 아들에 대한 애처로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애처로움은 곧 아들이 자신의 삶을 망쳤다는 분노와 왜 자신에게만 이런 불행이 닥쳤는지에 대한 무력함으로 이어졌다. 결국에는 ‘아들을 때리고 싶고 죽이고 싶다’는 학대 충동을 지속적으로 느꼈다. 오랜 치료 끝에 그 여성은 아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현실을 받아들이게됐고, 그 이후 우울 증상도 호전돼 웃음을 되찾고 아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다.

이는 매우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사례이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보면 반대의 경우가 많은 것 같다. 16개월 된 정인이가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사건, 인천에서 30대 여성이 동거남의 세 살된 딸을 둔기로 때려 사망하는 등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아동학대에는 네 종류가 있다. 아동 방임, 신체 학대, 심리적 학대 그리고 성적 학대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생명체의 유일한 생존 이유는 개체를 후대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성공하기 위해선 자손을 잘 양육하고 돌보는 것이 필수다.

그런데 왜 아이들을 학대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아동학대의 이유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부모의 우울증, 싱글맘이나 싱글대디, 아이의 불구 등의 개인적인 이유, 가족 내 폭력과 같은 가족적 상황, 그리고 사회문화적 수준에서 가난이나 경제적 문제 등이다. 대개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동학대로 이어진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가족이 좁은 집 안에서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아동학대가 더 많이 발생했다고도 한다. 최근 한 보고에 의하면, 프랑스에서 시행한 코로나 봉쇄령 때문에 가정폭력의 빈도가 커지고 있으나 사회적 제도나 지원의 한계로 인해 학대 보고나 모니터링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아동학대는 생각보다 훨씬 많고 심각하다. 인도 남서단의 케랄라주나 네팔의 카트만두에서는 아동학대가 88~89% 정도에 이른다고 하며, 중국에서는 약 40%,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32~37%에 이르는 아동학대율이 보고되고 있다. 한국은 통계청 보고에 의하면 지난 5년간 0~7세 아동의 숫자가 10%가량 줄었는데도 아동학대 범죄 건수는 122%나 증가했다고 하니 이는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아동학대는 장기적으로 그 뇌에도 영향을 주는데, 전두엽과 측두엽의 피질 두께가 얇아진다. 감정조절이 어려우며, 약물중독이나 자살 기도가 많고, 반사회적 인격 장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기 어렵게 된다. 아동학대 사건 대부분은 사건 당시에는 사회적 공분을 사지만 금방 수그러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동학대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는 국회에서는 아동학대 처벌 강화를 주장하는 많은 법안이 제출되지만 ‘처벌’은 이미 학대라는 행위가 발생한 이후의 일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원인을 여러 방면으로 파악한 후 그 원인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만드는 것만이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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