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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美개미들의 ‘공매도 소탕전’…승부는 이제부터
초대형IB·헤지펀드 시장좌우
개인투자자 상대적 박탈감만
거물타격·시장경종 성과에도
수법 드러나 연승은 어려울듯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헤지펀드를 혼내 준 게임스톱 사례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기관에 끌려 다니던 개인 투자자이 모바일 혁명으로 시장의 핵심으로 부상한 금융의 ‘권력이동’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가장자산이 전통 화폐에 도전을 선언한 이후 가장 눈길을 끄는 금융권의 변화다. 과연 글로벌 금융시장의 권력이동이 이뤄질까?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무기는 ‘달러’고, 전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미국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가장 큰 무기는 헤지펀드(hedge fund)라고 할 만 하다. 헤지펀드의 정의는 하나로 내리기 애매하지만 굳이 정리한다면 ‘수익을 시장에만 맡기기(β) 보다는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는(α) 투자’ 정도가 아닐까 싶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두 가지를 통해 적정한 가격과 수익을 추구하는 데 있다. 작은 수익이라도 크게 키울 수 있는 차입(leverage)과 상승은 물론 하락에까지 대응할 수 있는 공매도(short)다.

헤지펀드 생태계의 정점은 IB들이다. 이들은 주요 고객인 부자, 연기금, 단체 등의 돈을 모아 헤지펀드에 맡기고, 프라임브로커(PM)로써 헤지펀드에 운용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조사・판매・대출・중개 등 다양한 수익을 얻는다.

개인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분통이 터지는 이유는 이들이 시장가격을 결정해왔기 때문이다. 싸면 매수(long)로 값을 올리고, 비싸면 공매도로 수익을 챙긴다. 기준은 IB와 헤지펀드들이 정한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개인은 늘 뒤늦게 이들의 행보를 따라가거나, 속수무책으로 있다 당하기 일쑤였다. 이번 게임스톱 사례는 정보통신 기술로 집단화 된 개인이 힘을 모아 헤지펀드의 뒷통수를 친 사건이다.

델타헤지(delta hedge)와 감마 트레이딩(gamma trading) 등 헤지펀드의 공매도를 깨뜨릴 투자전략에 정통한 몇몇 실력자들이 작전을 이끌었고, 다수의 개인이 이에 동참했다. 반대로 헤지펀드들은 개인들의 반격을 전혀 예상치 못한 채 오랜 수법을 그대로 쓰다 치명상을 입었다.

공매도 전략으로 악명 높은 멜빈캐피탈(Melvin Capital)이 이들의 표적이 된 점도 흥미롭다. 멜빈은 2014년 설립 첫 해에 무려 47% 수익률을 거두며 그 해 주요 헤지펀드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헤지펀드 명예의 전당에도 오른 스티브 코헨이 멜빈의 가장 큰 자금줄이다. 스티브 코헨은 2013년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적발돼 헤지펀드 사상 최대규모인 18억 달러를 벌금으로 내고 2018년까지 외부자금 운용이 금지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결국 멜빈을 공격해 스티브 코헨까지 저격한 셈이다.

새해 첫 3주간 벌어진 헤지펀드와 개인의 전투 결과는 의외였다. 하지만 전쟁에서까지 개인의 승리르 선포하기는 일러 보인다. 공매도를 깨뜨리는 과정에서 폭등한 주가에서 개인이 어떻게 차익을 실현할 지가 과제다. 먼저 파는 이가 더 많이 버는 구조다. 투매와 가격폭락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공매도 공시를 통해 공격대상을 파악하고 콜옵션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공격하는 방식을 이미 헤지펀드들이 눈치 챘다는 점도 변수다.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하지 않아야 살아남는 게 프로들의 생존방식이다. 파생시장에서는 상대방의 포지션을 파악하고 먼저 대응에 성공하는 쪽이 승리하게 된다.

개인들도 헤지펀드를 공격하려면 결국 금융권에서 차입을 해야하는데,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초대형 IB들이 이를 계속 용인할 가능성도 적다. IB입장에서는 헤지펀드의 치명상이 자신에까지 피해를 미치지 않는 선에서 개인들의 돈 줄을 조이는 게 유리하다.

공매도가 재개돼 국내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해볼 때다. 같은 수법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투자전략에 대한 치열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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