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시각] 공(空)매도의 공(恐)매도 논란

주식시장의 취재 영역에 들어온 지 불과 한 달여다. 그사이 코스피지수는 3000선을 넘어섰고, 코스닥지수는 지난 25일 장중 1000포인트 고지를 돌파했다. 짧은 시간에 두 개의 거대한 마디 지수를 경험했으니 어쩌면 큰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빠르게 움직이는 숫자들의 향연을 지켜보다가 문득 가격의 오묘함이 느껴졌다. 가격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사고자 하는 이와, 팔고자 하는 이의 힘 겨루기 결과였다. 사는 이가 과감해지면 주가는 올랐고, 파는 이가 조급하면 내렸다. 누가 더 참지 못하느냐의 차이였다.

쌓여 있는 매도물량과 매수물량은 ‘호가’라는 말 그대로 부르는 값에 의해 접점이 이뤄졌다. 이를 근거로 보면 ‘개인이 사면 주가는 내리고, 기관과 외국인이 사면 오른다’는 오랜 통설은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했다. 오히려 음모론에 가깝다. 아마 과거엔 기관과 외국인이 매매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이 과감히 팔면 주가는 하락했고, 집중적으로 사들이면 올랐을 것이다. 개인은 수동적으로 그 흥정에 응했던 것이다. 그래서 늘 ‘패자’였다.

그런데 ‘동학개미’의 출전에 전장의 주도권이 돌변했다. 이제 주가는 개인이 사야 오른다. 오랜 기간 시장에 머물던, 흔히 말하는 선수들이 충분하다고 생각한 가격에 물량을 내놓았는데, 과감해진 개인들은 주식을 사들이며 떨어지는 주가를 방어하고 기어이 올린다. 올해만 하루 4조원이 넘는 개인의 순매수 거래일이 이틀이나 있었다. 적어도 지수만으로 볼 때 산술적으로 개인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 속된 말로 기관과 외국인은 털렸다.

이를 ‘여의도의 뜨거운 감자’ 공매도 이야기로 연결해보자. 곰곰이 생각해봐도 이런 가격의 작동 원리가 공매도 시행으로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다.

하루 수조원의 매도물량을 받아내며 승승장구하던 개인의 기세가 공매도 시행으로 단번에 역전될 수 있을지 쉽게 상상이 안 된다. 상승에 베팅하던 개인투자자들이 매도세에 눌려 대거 팔자 행렬로 돌아선다면 이 가정은 성립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가정일 뿐이다. 반대로 최근의 장세를 볼 때 섣부른 공매도는 70조원에 육박하는 투자자예탁금의 강공에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이었던 게임스톱의 주가가 급등하자 공매도세력은 큰 손실을 봤다.

물론 없는 주식을 내다파는 무차입 공매도나 회사의 악재를 이용한 공매도 등 범죄 사례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규제와 처벌의 대상이지, 제도 자체를 막을 이유가 되긴 어렵다. 당국도 매의 눈으로 불법행위를 감시하겠다고 한다.

공매도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지루한 연장 논의로 흐른다. 이쯤이면 공매도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거둘 때다. 공매도가 악이라면, 풋옵션이나 선물 매도 또한 모두 악일 것이다. 이들 파생상품도 현물시장의 몸통을 하방으로 흔드는 꼬리니 말이다.

일방적 여론과 감정의 호소는 차가운 이성과 논리가 지배해야 할 주식시장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 사고파는 이의 기싸움을 기본으로 한 가격의 결정 원리에 다시 충실할 때다. 개미들은 충분히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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