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수능영어 절대평가, ‘엉터리’는 가라

‘12.66%.’ 지난 영어 수능시험 1등급 수험생의 비율이다. 9월 모의고사에서 5.75%에 불과했는데, 3개월 만에 나타난 ‘놀라운’ 성적이다. 이렇게 높은 비율이 반갑지 않은 사람도 많다.

당장 올해 고 3이 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걱정이 앞선다. 과연 올해 수능도 쉽게 출제돼 12%를 넘는 학생들이 1등급을 받을 수 있을지, 혹시 만에 하나 지난해에 너무 쉬웠으니까 올해는 다시 어려워지지 않을지….

그도 그럴 것이 2020학년도 영어 수능시험의 1등급은 7.4%였고, 2019학년도는 5.3%였으니 말이다. 재수생들의 고민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지난해에 1등급을 받았다고 올해도 1등급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소위 절대평가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는 영어 수능시험에 대해 평가전문가들이 “무늬만 절대평가”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등급이 되길 바라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기대를 계속 충족시키는 일은 그만큼 더 어렵게 여겨진다. 말로는 절대평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받은 점수로 등급을 나눌 뿐인 “고정 점수 분할 방식의 상대평가”라는 본질적인 한계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절대평가는 실제 교육 현장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영어 수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교육부는 “다른 학생보다 문제 하나 더 틀렸다고 등급이 달라지는 상대평가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경감시키고, 과도한 수험 준비로 인한 가계의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우리의 학생들은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풀이 위주의 영어공부가 아니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영어회화와 영어신문 등 영어 소통능력을 키우는 활동을 하고 있어야 하고, 우리의 가계는 줄어든 사교육비로 조금은 더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영어 수험생들은 여전히 EBS 연계 교재에 나온 문제와 씨름하고 있으며,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는 계속 늘어나는 사교육비로 힘들어하고 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과도하게 쉽게 출제되는 시험으로 상위 등급 학생들의 비율이 증가함으로써 생기는 상대적인 점수의 하락은 오히려 봐줄 만하다. 각 대학은 이제 경쟁적으로 영어 수능의 등급 간 점수 차이를 극소해 영어를 변별력 없는 대입 과목으로 전락시켰다. 얼마 전 서울대에 영어 4등급 학생이 입학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영어는 이제 고등학교에서 가장 적게 개설되는 기초과목이 됐고, 교사임용시험에서 영어는 선발인원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과목이 돼버렸다.

아무런 연구 결과나 근거 없이 학생의 학습 부담 경감과 사교육비 감소를 내세우며 교육자들의 반대와 우려를 무시하고 정책을 밀어붙인 교육 당국자들에게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으로 한 가지를 부탁하고 싶다. 진정으로 의미 있는 학교 영어교육과 영어경쟁력을 갖춘 미래의 인재 양성을 위해 이 ‘엉터리’ 영어 수능 절대평가를 바꿔 달라고….

황종배 건국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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