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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故박원순 성희롱 인정…“성적 굴욕감 느끼게 했다”
늦은밤 부적절한 메시지·사진 전송 주장 사실로 인정
“공적영역에서 성적 언동 여부가 성희롱 판단 관건”
“서울시 묵인·방조 증거 못찾아…낮은 성인지감수성은 문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을 조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의 제2차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25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는 피해자 보호와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5일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한 결과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늦은 밤 메시지, 집무실서 손 접촉 주장은 사실”…업무 관련 성적언동, 성희롱 판단에 영향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이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희롱에 해당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법상 성희롱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가리킨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이라고 봤다.

특히 “성희롱의 인정 여부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 관련성 및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참고인 진술, 휴대전화 메시지 같은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를 배제하는 등 사실관계를 보다 엄격하게 인정했음에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묵인·방조 증거는 없지만…“낮은 성인지감수성 문제, 2차피해도 가해”

인권위는 서울시 관계자들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를 묵인·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객관적 증거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서울시 비서실 직원에 의한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사실을 인지하고도 피고소인을 피해자와 업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에 전보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를 소홀히 했다며 ‘2차 피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이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관계기관의 자료 제출 거부 등으로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전달 경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인권위, 서울시·정부에 성희롱 관련 제도 개선 권고…“지자체장 선언도 필요”

이번 직권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권위는 서울시에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방안 및 2차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과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 개선,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구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또 여성가족부에는 공공기관 성희롱 예방교육 이행 점검과 조직문화 상시 점검을 강화하고, 성희롱·성폭력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매뉴얼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사건 발생시에는 독립적·전문적인 외부 기구에서 조사해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했다.

아울러 “상급기관이 없는 지자체장의 경우 성희롱·성폭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원칙을 천명하는 선언이나 입장표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자율규제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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