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상황’이지만, 손님받아요”…‘계속’되는 유흥주점 영업
일부 유흥주점, 집합금지 어기고 영업
연일 쏟아지는 검거 소식에 시민 불안↑
방역수칙 지킨 유흥주점 업주들은 “못 살겠다” 울분
“방역수칙 어긴 곳, 성매매 적발까지 하기 쉽지 않아”
유흥가의 모습[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5명 이상도 예약받아요. 저녁부터 새벽(오전) 4시까지 영업합니다.”

지난 21일 밤 저는 무작정 인터넷 포털 사이트 구글에 ‘강남 유흥’을 검색해 나온 전화번호로 휴대전화를 통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최근 들어 유흥주점 종사자들과 손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단체로 적발됐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 같은 잇단 적발 소식에 혹시라도 업소들이 불법 영업을 기피해 전화를 안 받을 줄 알고 내심 기대하고 한번 걸어 본 것이죠.

그런데 그 기대는 첫 통화부터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전화를 급히 받은 여성 실장은 “5명 예약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스스럼 없이 “그렇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후 유흥업 관련 사이트를 찾아 2곳을 더 연락을 했는데요. 모두 새벽까지 영업한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죠.

제가 “구청이나 경찰 단속이 나올 수 있는데 예약을 정말 해도 되는 것이냐”고 하자, 해당 업소 실장들은 “다 방법이 있다. 들어올 때 확인하는 방법이 있고 경찰이 찾아와도 대처하는 방법이 있다”며 추가로 불법 성매매를 알선하는 발언까지 이어 갔습니다. 성매매가 업소 바깥이 아니라, 소위 손님들이 머무는 룸 안에서 이뤄진다고 말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럼 손님이 5명 방문할 경우 그 안에 여성 접객원까지 총 10명이 있게 되는데, 그러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고 하자, 해당 실장은 “그런 걱정 할 것이라면, 강남 어디를 찾아가서 놀겠냐”는 답변을 들려줬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불법 영업을 포기할 순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연일 쏟아지는 유흥주점 검거 소식…방역 수칙 지킨 업주들 “답답”

연일 유흥주점 단속에 대한 뉴스들은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밤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업주, 종업원, 손님 등 41명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적발됐는데요. ‘바 안에서 접대부를 두고 영업을 한다’는 112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같은 날 밤 강남구 삼성동의 한 유흥주점에서는 업주와 손님 등 총 20명이 검거됐는데요. 이 주점은 평소에도 불법 영업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자주 들어오던 곳이라고 합니다. 미리 비상 탈출로를 확인해 둔 경찰이 도주로를 차단한 뒤 문 개방을 요구했고, 주점 측은 한동안 문을 열어 주지 않다가 결국 문을 개방했다고 하네요. 같은 날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도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유흥주점 업주와 손님 등 11명을 추가로 검거했습니다.

최근에는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대로 떨어져 시민들로부터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해뿐 아니라 연초인 최근까지도 유흥업소의 방역 수칙 위반 적발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 고조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물론 모든 유흥주점들이 이렇게 감염병예방법을 어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방역 수칙을 충실히 지키다, 빚더미에 올라섰다고 주장하는 업주들도 있습니다. 지난 21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흥주점은 지난해 3월 이후 총 8개월 동안이나 영업을 못 했고, 대부분 업주가 폐업 직전까지 내몰렸다”며 “폐업 비용을 마련하기도 버거워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죠.

지난 20일에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피켓을 흔들며 정부를 성토하는 시위도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업주는 부산에서 100평 규모 유흥주점을 10년째 운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을 못하고 워낙 빚이 많이 쌓여서 다시 일어서기도 힘들다는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런데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일부 유흥주점의 영업이 지속되면서, 법을 지키고 있는 업주들의 목소리가 대중들에게 외면받는 모습도 목격됩니다. 최근 유흥주점 업주들이 영업금지로 인해 힘들다는 내용을 담은 포털 사이트 내 관련 기사에는 “유흥업은 없어져야 한다”, “술 팔고 각종 폭력, 불륜, 가정 파괴를 조장하는 유흥업소는 사라져야 한다” 등의 ‘비난 댓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원 등이 지난 21일 오후 국회 앞에서 ‘유흥주점 집합금지 중단조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지속되는 불법 영업…“벌금 낮고 성매매 추가 혐의 입증 쉽지 않아”

왜 이렇게 집합금지(영업 금지)를 지키지 않고 버젓이 영업을 하는 업소들이 계속 있는 것일까요. 집합금지와 같이 코로나19에 따라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나 벌금을 물 수 있도록 한 법이 ‘감염병예방법’인데요. 우선 이 법의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에 불법 영업을 하는 업주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집합금지 명령을 어겨도 현행 벌금은 300만원 이하라고 하니, 대규모 수입을 내는 유흥주점 업주에게는 낮은 처벌이란 지적이죠.

그러면 코로나19 관련 불법 영업을 하는 주점들 중 성매매를 알선하는 곳을 포착해 더 처벌 강도를 올리면 안 되는 것일까요. 그런데 경찰들은 이 부분도 생각만큼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일단 식품위생법에 따라 운영되는 유흥주점이라면 여성 접객원이 있더라도 합법적이기 때문에 무조건 잡아갈 수가 없다”며 “불법 성매매 혐의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각처럼 빠른 속도로 검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경찰관 역시 “성매매는 ‘미수’로만 그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성격의 범죄가 아니다”며 “이런 범죄를 잡아내기 위해선 상당 시간 증거를 수집하는 기획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여성가족부 법률 자문을 했던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존 현장 수사 방식만으로는 성매매를 하는 일부 유흥주점들을 근절하긴 어렵다”며 “처벌 강화 뿐 아니라 몰수나 추징 등을 통해 이들의 원천 수익을 차단하는 방법을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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