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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용, 美불신 딛고 ‘톱다운’→’보텀업’ 신뢰 구축 과제
톱다운 소통방식, 실무진 배제 문제점 드러내
오바마 행정부 외교관료들, 불만 언론에 토로하기도
정의용, 실무진 불만∙’북한 비핵화 거짓말’ 오해 풀어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종로구 도렴빌딩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사전협의 없는 실무단의 의도적인 연출이 반복되면 한미 실무단 사이 신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가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헤럴드경제에 털어놓았던 말이다. 그가 누구라고 콕 집어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남북미 정상간 회담을 자주 ‘극적인 연출’로 활용했던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나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톱다운’방식 소통을 주도했던 정의용 외교장관 후보자는 이제 ‘보텀업’ 협의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소통을 책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톱다운’ 방식의 소통을 고수하면서 한미 실무진 사이 발생했을 불신이나 오해를 조속히 해결하고 신뢰를 단계별로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의용 외교장관 후보자는 21일 서울 도렴빌딩으로 출근해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외교 정책을 잘 마무리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북미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을 재개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정 후보자 발탁은 남북 관계 개선을 중심으로 북미 비핵화 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정 후보자의 과제는 만만치 않다. 당장 정 후보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조건을 미측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정 후보자에 대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에 일부 책임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자 양측(북미)를 오도(misleading)했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3월 B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성사 소식을 전한 정 후보자의 브리핑에 대해 “한미 동맹의 결속보다는 북한의 입장을 강조한 브리핑”이라고 지적하며 불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 후보자가 돌아온 미 주류 외교관료들을 설득하려면 과거 한미 주요현안이나 대북정책에서 애매했거나 잘못된 정보라고 인식되고 있는 정보들에 대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실무진들과의 관계개선도 정 후보자가 개선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당장 국무부에는 스트라우브 전 과장처럼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톱다운’ 협의에 불만을 품어온 관료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한 미국 소식통은 “톱다운 소통방식의 문제점은 실무를 담당하는 당국자들 간 불신을 키운다는 것”이라며 “아무리 공을 들여 협의를 해도 백악관과 청와대에서 사전 조율없이 중대 외교사안을 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의 정권교체로 문제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불안감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8년 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 고위급 회담과 관련 행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 국무부 측과 협의 및 업무조율을 하지 않아 주한 미국대사관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정 후보자의 카운터파트(대화상대)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내정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식 대북접근법과 북미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접근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블링컨 내정자는 19일(현지시간) 진행된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북접근법을 재검토하고 동맹국인 한·일과 긴밀히 상의하겠다고 했다. 블링컨 내정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경제적 압력을 강화하도록 요구해 북한을 교섭 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한다”며 대북제재를 중심으로 한 접근법을 피력하기도 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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