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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천만원으로 15평 내집 짓기…천장엔 하늘이

요즘 집 관련 TV프로그램이 인기다. 한,두 개가 아니다. 적정 가격대의 매물을 구하는 것도 있고, 투자 대상으로 집을 바라보는 프로도 있다. 그런 걸 보는 재미의 하나는 다양한 동네, 집의 형태와 구조, 인테리어인데 단조로운 아파트가 아닌 집들에서 그런 보는 맛이 있다.

건축가 서현의 ‘내 마음을 담은 집’(효형출판)도 그런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작은 집의 건축학개론’이란 부제에 눈길이 간다.

‘단군 이래 최대 아파트 단지’, 대지 10만평에 이르는 조 단위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을 총괄 계획했던 그가 15평 집짓기에 빠진 이유는 뭘까.

어느 날 은퇴한 간호사가 악보지 뒷면에 직접 그린 도면을 들고 왔다. 설계비를 지불할 형편이 못되니 전문가의 눈으로 잘못된 거나 봐달라는 거였다. 흔히 하는 실수를 바로잡아주는 프리핸드 스케치로 그의 소임은 끝날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마음이 쓰인다.

5천만원으로 15평 집짓기가 가당키나 할까?

한국에 네팔 사람들이 많은데 의사소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네팔어를 배웠다는 그녀는 네팔에서 자원봉사 간호사로도 일했고, 이제 평생 모은 5000만 원으로 집을 짓겠다는 거였다.

그런 호기심과 의아함,모험심이 그를 기웃거리게 만들었고, 그는 자발적 건축가가 됐다.

그냥 집을 짓겠다는 사람은 없다. 작은 집이라도 사는 이가 바라는 것 한 가지는 있게 마련이다. 그게 간호사에겐 하늘의 창이었다. 천장에 창을 내고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는 것. 결로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비싼 기능성 유리를 써야하는 예산한계를 넘어서는 요구였다.

“천창을 만들면 결로가 생기기 쉽습니다.”“결로가 생기면 왜 문제죠?”“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지겠죠.”“그럼 닦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하늘과 마주한 소박하지만 마음이 부유한 집, 문추헌이 모양을 갖추게 된다.

책은 춘분과 추분의 해 그림자를 고스란히 받아내는 건원재, 풍요로운 가을 빛이 찬란한 담류헌 등 그가 건축주들과의 교감을 통해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담히 담아냈다. 또한 기초공사와 콘크리트 치기, 벽돌 쌓기 등 각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소소한 이야기와 그 속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깨닫는 열린 마음도 큰 공감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내 마음을 담은 집/서현 지음/효형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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