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칼럼] 고통 유발법, 혼란 유발법…왜곡된 유발법

“복합쇼핑몰도 대형 마트처럼 월 2회 강제로 쉬게 하고, 온라인쇼핑 없는 날을 만들겠다고 할지도 몰라요.” 몇 해 전 유통업체에 다니던 지인이 술자리에서 던진 말이다. 당시 필자의 대답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지나친 규제를 토로하려고 썼던 지인의 ‘과장법’이 현실이 되고 있다. 21대 국회에 상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유발법) 개정안만 14개에 이른다. 이 중 2개 법안을 빼고는 모두가 ‘현재의 유발법으로는 부족하다.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선 규제를 더 촘촘히 짜야 한다’로 요약된다.

복합쇼핑몰의 의무 휴업 강제는 현실이 됐다. 정치권과 유통업계에선 당장 다음달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통시장 영세상인들이 매출 감소 등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어 식자재마트도 대형 마트와 준대규모 점포처럼 규제해야 한다 ▷골목상권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대형 유통업체의 출장세일을 일절 금지해야 한다는 등의 법안은 그나마 ‘생각의 범주’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외에도 ▷대규모 점포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 ▷소관 부처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변경해야 한다 ▷골목상권 및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현행 1㎞의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범위를 20㎞ 이내로 확대해야 한다 ▷보세판매장 및 지정 면세점도 영업행위 규제 대상에 넣어야 한다 ▷복합쇼핑몰과 백화점의 영업을 오후 8시 이후에는 못하게 해야 한다 등 ‘설마의 범주’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있다.

‘규제’의 꼬리표를 달 수 있는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다. 이들 법안을 한데 모으면 ‘규제 총서’가 될 듯싶다. 이 중 7개 법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의 종합 검토보고서는 104쪽에 달한다. 찬반 양론과 법 개정 시 고려사항을 요약한 자습서(?)처럼 보이는 검토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소비자 이용 후생’에 대한 우려다. 유발법의 목적을 담은 이 법 제1조에는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라고 적시돼 있다.

유발법 개정안에 대한 소비 현장의 부정적인 목소리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상생’의 대상인 소상공인도 편을 갈라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갈래는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주장이다. “왜, 다 같이 죽을 수 있는 법을 소비자 후생을 침해하면서까지 굳이 만들려고 하나”로 요약된다.

세종실록에는 “민생이 하려고 하는 일을 혼란스럽지 않게 하려고 임금을 세워서 다스리게 했다”고 기록돼 있다. 정조는 “혹 하나의 법령을 서로 만들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먼저 그 일이 충분히 온당하여 행하여도 장애가 없으리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난 다음에 시행하여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을 뽑고 국회를 구성한 것도, 이들에게 삼권의 하나인 ‘입법권’을 준 것도 민생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약적인 측면이 크다. 입법권의 행사는 정조의 말대로 “온당하여야 한다.” 고통과 혼란을 유발하고, 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유발법이 온당한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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