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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텔 CEO 연봉의 비밀
1000만달러가 숨겨져 있다
옵션에 RSU 도입…최대 1억달러까지
인텔 주가 급등 비결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반도체 왕국’ 인텔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아니, 이 문장으론 표현이 부족하다. ‘위기의’ 반도체 왕국 인텔이 ‘불과 1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주인공은 팻 겔싱어(Pat Gelsinger)다. 과거 인텔에서 30여년 간 근무했던 그였다. 최근엔 클라우드 컴퓨팅업체 VM웨어 CEO였다. 삼성전자, TSMC, 엔비디아, AMD 등 경쟁업체에 밀려 체면을 구긴 인텔이 절치부심 꺼낸 비장의 카드다.

[출처 위기피디아]

가장 큰 관심은 과연 그를 어떻게 영입했는가다. 비즈니스는 냉정하다. 옛직장 옛동료 옛영광, 이건 다 명분일 뿐 결국은 ‘돈’이다. 마침내 그의 연봉이 공개됐다. 액수도 흥미롭지만, 시장이 더 주목하는 건 연봉 속 ‘옵션’이다. 바로 RSU(Restricted Stock Unit, 양도제한조건부주식)가 그 주인공이다.

◆RSU가 뭐지?

17일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팻 겔싱어에 기본급 125만달러, 고용상여금 175만달러, 연봉 340만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총 640만달러다. 한화로 70억6200만원 수준이다. 물론 이 역시 입이 벌어질 돈이긴 하나, 최고의 엔지니어이자 VM웨어 CEO인 그를 모시기엔 뭔가 부족한 듯싶다.

인텔은 여기에 RSU를 더했다. RSU란, 특정 기간 내에 회사가 내건 조건을 맞추면 주식을 제공하는 성과보상체계다. 회사주식을 특정 가격에 매입할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과 다르다. 권리를 주는 게 아니라 조건만 맞추면 주식을 무상 지급한다.

인텔이 팻 겔싱어에 내건 조건은 단순하다. 그가 인텔 주식을 매입하면 된다. 그가 연간 1000만달러까지 인텔 주식을 매입한다면, 회사는 그 수만큼 주식을 무상 제공한다. 그는 취임 기간 동안 이 같은 방식으로 최대 1억달러(1103억원)를 받을 수 있다.

팻 겔싱어 입장에서 보면, 이건 옵션이다.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이다. 하지만 안 살 수 없다. 일단 매입하면 주가가 50% 폭락해도 본전이다.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레버리지 상품처럼 수익률도 2배다.

성과 보상 유인으로 따지면 스톡옵션과 비할 수 없다. 팻 겔싱어라면, 사활을 걸고 회사를 키우고 실적을 내놔야 하는 셈이다. 회사 수익이 내 자산과 연동되는 것보다 더 큰 성과 유인책이 있을까. 하물며 그 규모가 1000억원에 이르니 말이다.

◆인텔 주가는 반응했다

주식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팻 겔싱어를 영입했다고 발표한 순간부터 인텔 주가는 급등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이후 최근 거래일(15일)까지 인텔 주가는 51.54달러에서 57.58달러로 11% 이상 뛰었다. 한때 장중 6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인텔 주가는 지난해 7월 이후 60달러를 돌파한 적이 없다. 이건 온전히 ‘팻 겔싱어 효과’다. 팻 겔싱어를 ‘워크홀릭’으로 만들게 하려는 연봉 옵션의 효과이기도 하다.

RSU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그리 낯선 제도는 아니다. 구글이나 애플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 국내에선 스톡옵션에 비해 널리 활용되는 제도는 아니다.

◆한화 주가도 올랐네

국내 기업에선 (주)한화가 작년 2월에 RSU를 도입한 바 있다. 당시 한화는 임원 성과급 지급 목적으로 자사주 18만12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회사가 내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한화는 취득 주식을 7~10년 뒤 주요 임원에게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7~10년 뒤 회사 주가가 좋아야 현 임원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다. 단기 성과가 아닌 중장기 비전을 보고 회사를 경영해달라는 취지가 담겼다.

작년 2월 (주)한화 주가는 2만원대 초반에 머물렀으나, 현재는 3만1200원(15일 종가 기준)까지 올랐다. 코스피 자체가 워낙 급등한 탓도 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주)한화의 RSU 역시 현재까진 순항 중이다.

인텔은 오는 21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그리고 올해 주요 경영 목표 등도 밝힐 예정이다. 팻 겔싱어 영입 효과로 주가가 한 단계 요동쳤다면, 오는 21일은 또다른 이벤트다. 인텔은 반도체 왕국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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