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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분1초가 전쟁터…오버는 금물” 어느 전업 개미의 ‘남다른 하루’
사표 던지고 전재산 ‘단타’ 올인 30대
증시 마감까지 긴장·집중의 연속
홈트레이닝·매매일지 통해 멘탈관리
“재산증식 수단 주식 뿐…희망 여전”

그야말로 개미투자자들의 전성시대다. 동학개미들은 지난해 3월 1400대로 추락했던 코스피 지수를 9개월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올 들어선 개인이 9조 이상을 쓸어담으며 순매도로 일관한 기관과 혈전을 벌이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사람들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주식이다. 남녀노소 모두 주식에 뛰어들면서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투자의 세계에 뛰어드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전업 개미’의 하루는 일반 직장인과 사뭇 다르다. 전업 개미들은 장이 열려있는 동안 고도의 집중력과 긴장감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전업 개미 9개월차인 이모(34)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이 씨는 지난해 5월, 7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저축금과 마이너스 통장으로 3억원을 마련해 전업 투자에 뛰어들었다. 주가 등락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가는 그의 하루 일과를 밀착 취재했다.

▶“느슨할 틈이 없다”…집중과 긴장의 연속 ‘오전장’=오전 7시 이 씨가 눈을 뜨자마자 찾는 것은 해외주식 매매 어플이다. 간밤에 있었던 미국 증시 추이와 국내외 주요 뉴스부터 확인한다. 미국 증시에 따라 국내 증시도 출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은 무조건 챙긴다. 미국 금리 인상 여부가 가장 큰 이슈이기 때문이다.

오전 9시 장이 열리자마자 이 씨의 눈과 손이 빨라진다. 그는 한 종목에 올인하고선 다음날 모두 회수하는 ‘데이 트레이딩’을 추구한다. 전날 성장주에 그의 전재산을 넣은 이 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주가 추이를 지켜본다. 오전 10시가 지나면 본격적인 베팅의 시간이 다가온다. 가장 높은 차익을 남길 수 있는 매도 시점을 잡는다. 이른바 ‘슈팅’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주가가 오를수록 좋지만 그만큼 그의 고민이 깊어진다. 매도 버튼을 누를 것인가, 더 지켜볼 것인가 고민을 거듭한다. 어느 새 그의 손엔 식은 땀이 흥건하다. 고민 끝에 결국 ‘2차 슈팅’을 기다리기로 결정한다.

오전 11시가 넘어가도 슈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매도 시점을 놓친 것일까, 슈팅 기회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일까. 주가가 생각보다 오르지 않자 마음이 초조해진다. 장 초반 올랐던 주가가 조금씩 떨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맘이 더욱 급해지기 시작한다. 이 씨는 이리저리 고민 끝에 결국 매도하기로 결정한다. 흐름을 보아하니 더 이상 오를 것이란 확신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수익을 내긴 냈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에 아쉬움을 뒤로 한다.

▶“흥분이나 오버는 금물”…잠시 숨돌리고 시작하는 ‘오후장’=오후 12시 점심을 간단하게 챙겨 먹은 이 씨는 노래를 틀고선 홈트레이닝을 한다. 수익 성과가 좋지 않을수록 ‘딴 짓’에 매진한다. 멘탈 관리 차원에서다. 그가 수천 만원의 손해를 경험한 이후 스스로 만든 멘탈 관리법이다. 이 씨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정신을 딴 곳에 두지 않으면 주식을 사고팔 때 흥분하거나 오버할 수 있다”며 “최대한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해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2시 다음 매수 종목을 본격적으로 연구한다. 장에선 어느 새 또 다른 매매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한다. 이 씨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다음 목표물을 찾는다. 오전에 틈틈이 찾아본 기업 정보, 뉴스, 리포트 등을 참고한다. 요즘은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 등 성장주를 관심 있게 본다. 다만 바이오주는 피한다. 이벤트 변수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장이 마감되기 30분 전인 오후 3시. 종목을 최종 결정한 이 씨는 매수 타이밍을 노린다. 또 한번 그의 전재산을 던지는 베팅의 순간이다. 매수 버튼 클릭 하나에 온 ‘우주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긴장감이 가득했던 장을 마감하면 간단하게 매매일지를 작성한다. 이 역시 멘탈 관리 방법 중 하나다. 긴장과 흥분을 내려놓고 그날의 성과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간이다.

▶장 마감 이후는 주식과의 단절…해외시장만 잠깐 체크=오후 4시부턴 주식과 철저히 거리를 둔다. 약 2시간 가량 홈트레이닝만 하며 주식 생각에서 벗어난다. 그의 또 다른 멘탈 관리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기 전엔 골프 연습과 헬스를 했던 시간이다.

저녁엔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지인들과 만나 정보를 얻는다. 주중에 그가 유일하게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사회생활 시간이다. 물론 요즘은 식사 자리에서도 단연 화제는 주식이어서 결국은 또 주식에 엮인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해외시장 개장만 잠깐 챙겨 보고, 곧 잠자리에 든다.

그는 주식시장의 버블이 터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단기적인 과열은 분명하고 큰 흐름을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현재 개미들이 워낙 많이 투자한 상황이고, 국내 시장의 벨류에이션이 재평가 받는다면 일각의 우려만큼 주가가 폭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 씨는 아직까지 ‘대박’ 수준의 수익은 내지 못했지만 대체로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이전 직장에 대한 메리트를 크게 느끼지 못했고, 요즘 같은 시대엔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수단이 주식말고는 없다”며 “수익이 등락을 반복하지만 나만의 투자 스타일을 점점 찾으면서 이전보다 더욱 희망이 보이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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