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농산물 가격 껑충
비용 1년전보다 25% 급증
가족 집에 갇힌 시간도 늘어
“우리집 ‘엥겔계수’는 역대급”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주부 강모(46) 씨는 요즘 식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 강씨는 “중학생인 두 아들이 집에만 있으면서, 급식도 없이 삼시세끼를 다 먹으니 쌀도 금방 줄어든다”며 “먹는 양이 늘어난 데다 쌀값, 계란, 대파까지 안 오른 게 없다보니 우리집 엥겔계수가 ‘역대급’이라는 농담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각종 식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집밥’ 소비자들이 살벌한 밥상물가를 체감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0%대를 기록했지만 국민 식생활에 필수적인 농·축·수산물은 지난달 9.7%나 껑충 뛴 상황이다.
14일 헤럴드경제가 4인 가구의 저녁 한끼를 준비하는 상황을 가정해 봤을 때 실제 비용은 지난해보다 25%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저녁상 메뉴는 된장찌개와 제육볶음, 시금치나물, 계란찜, 감자조림으로 이에 필요한 기본 재료 가격을 계산하니 2만668원이 나왔다. 1년 전 1만6566원에서 크게 뛴 것이다.
밥상물가 가격 비교 품목은 쌀, 삼겹살, 계란, 시금치, 대파, 양파, 감자, 애호박, 고춧가루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소매 기준 단위가격을 4인 가족 한끼 분량으로 환산해 계산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쌀 가격부터 심상치 않다. 쌀 가격은 20㎏ 상(上)품 기준 5만9870원으로 지난해보다 16% 상승했다. 한 대형마트의 양곡 MD(상품기획자)는 “지난해 여름 연이은 장마와 태풍으로 작황은 부진했던 반면, 코로나로 인해 집밥 수요가 크게 늘어 쌀 소비는 이례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쌀 도매가는 현재 10~20%가량 상승했고 쌀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추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 반찬이라도 올리려면 또 한번 가격에 놀라게 된다. 소, 돼지는 물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닭과 오리, 계란 가격까지 껑충 뛰었다. 제육볶음을 위해 삼겹살 1근(600g)을 구입하려면 1만2696원이 든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은 1만98원으로 25.7% 상승했다. 계란은 알을 낳는 산란계 살처분이 늘어나면서 30개 기준(특란/중품) 가격이 이달 들어 6000원대를 돌파한 뒤 6292원까지 올랐다.
또 다른 대형마트의 축산 MD는 “삼겹살의 경우 인기 부위로 도매가가 두 자릿수 이상 올랐고, 한우 역시 도매 시세가 전년 대비 9% 정도 올라가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명절이 다가오면 축산물의 시세가 오르는데 이미 시세가 많이 올라 추후 가늠이 어려울 정도라, 추세를 아직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통계청 기준으로 지난달 농산물은 6.4%, 축산물은 7.3%, 수산물은 6.4% 각각 올랐다.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도 10%나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파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재고량이 전년보다 9%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대파도 2020년산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감소가 전망된다. 이에 올해 양파와 대파 모두 1분기 가격이 평년 대비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집밥 식재료 가격이 다 오르다보니 차라리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HMR)이나 외식이 더 저렴한 상황도 나온다. 한 밀키트 업체의 서울식 불고기 전골(444.5g)은 9900원으로 미국산 소고기 약 150g과 양파, 대파, 부추 등 비싸진 야채 가격까지 감안하면 따로 다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다.
과일값도 올라 후식으로 사과라도 먹을라치면 식비는 또 한 단계 늘어난다. 사과(후지/중품)는 10개 기준으로 13일 2만755원을 기록해 지난해 1만3598원에서 크게 올랐다. 4인가족이 식사 후 후식으로 사과 2개를 먹는다면 지난해 2720원에서 올해 4151원이 든다.
기본적인 반찬을 만드는 가공식품 물가도 줄줄이 인상이 예고돼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두부와 콩나물 가격 인상을 예고한 풀무원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오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