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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와의 싸움’ 장기전 조짐…치료제는 ‘게임체인저’ 될까
전 세계 1500여건의 치료제 임상 진행
국내 15곳 임상 승인…백신보다 ‘쾌속’
항체치료제·혈장치료제 등 상용화 임박
전문가들 “일부 도움, 큰 역할은 못할 것”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코드명 CT-P59)가 임상 2상 결과 환자의 회복 기간을 단축하고, 중증 발생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13일 공시를 통해 경증부터 중등증의 코로나19 환자 327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2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2일 언론에 공개된 치료제 모습. [연합]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 백신 접종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영국·미국 등 몇몇 국가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많은 국가가 백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국도 2월부터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백신이 접종되더라도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는 갖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는 이제 독감 바이러스처럼 우리의 삶과 함께 할 동반자가 될 준비를 마친 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과 함께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는 ‘치료제’다. 치료제는 코로나에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환자가 경증에서 중증으로 가거나, 위중증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를 줄이고 사망률을 낮춰 현재의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준이 된다면 지금과 같이 팬데믹으로 인한 ‘일상 멈춤’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승택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 연구팀장은 “백신이 방패라면 치료제는 칼과 같은 무기라고 할 수 있다”며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칼과 방패를 양손에 쥐어야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치료제 임상 1500여건…셀트리온 항체치료제 국산 1호 예약=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치료제 개발은 1500여건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월 15일 기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시험 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약물 중재 임상시험은 총 1636건이다. 이 중 치료제 임상이 1509건으로 대부분(92.2%)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백신 관련 임상이다. 이 중 개발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의 비중은 454건(30.1%)이다. 치료제 임상은 지난 3월만해도 53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상황이 발생하며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면서 9개월만에 임상 건수가 30배(1500여건)나 늘었다.

한국에서는 총 15개의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금까지 15건의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이 승인됐고 이 중 하나의 치료제가 허가 심사에 들어갔다.

현재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치료제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CT-P59)’다. 셀트리온은 지난 해 말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식약처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했는데 식약처는 예비심사를 거쳐 현재 자료심사와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빠르면 1월 중 승인이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국산 1호 코로나 치료제’가 된다.

셀트리온이 13일 공개한 렉키로나주의 임상 2상 결과에 따르면 렉키로나주 투약군은 위약군과 비교해 중증환자 발생률을 전체 환자에서 54%, 50세 이상 중등증 환자에서는 68%까지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회복기간도 3일 이상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이번 임상 2상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루마니아, 스페인, 미국 등에서 327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이번 임상을 진행한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렉키로나주는 경증 및 중등증 환자에게 투약시 중증환자로 가는 비율을 현저히 낮췄고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것을 임상에서 증명했다”며 “코로나 유행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백신은 물론 치료제도 반드시 필요한 옵션”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다음으로는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가 승인 가시권에 들어왔다. 녹십자가 개발한 ‘GC5131A’는 지난 달 31일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내 임상 2상을 마치고 현재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GC녹십자는 1분기 안에 데이터 수집을 마무리 하고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완치자의 혈액만 있으면 바로 생산이 가능한 혈장치료제는 팬데믹 상황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라며 “혈장치료제 생산 플랫폼은 이미 파상풍, B형간염 등의 치료제에 사용되고 있어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미 3차 추가 생산을 완료한 만큼 허가 즉시 현장에서 혈장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했다.

▶치료제는 보조 수단…게임체인저 될 수는 없어=다만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코로나 상황을 역전시키는데 큰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치료제가 일부 환자의 상태를 나아지게 할 수는 있지만 게임체인저와 같은 획기적인 반전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거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치료제는 감염 초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투여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지금처럼 누가 감염이 되었는지 알 수 없는 경우라면 치료제 투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며 “환자를 미리 선별해 투약하는 임상에서와 같은 효과가 실제 현장에서 나타난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치료제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지만 일부 환자들에게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상황을 극복하는데 큰 역할은 못할 것 같다. 결국 백신을 맞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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