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플러스-2021 클래식계] 위기는 기회…클래식 ‘지속가능한 내일’을 연주하다
코로나로 업계 취약점·한계 고스란히 드러나
해외 연주자 내한 잇단 취소에 ‘로컬시대’ 도래
김선욱·임동민 등 세계수준 국내 연주자엔 기회
랜선공연·웹콘텐츠 제작 활발…안방1열서 시청
유튜브 콘텐츠로 또모·이응광 등 ‘新스타 탄생’
영아티스트 발굴 시급…해외 활동 환경 다져야
지난해 15주년을 맞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에선 다양한국내 연주자가 무대에 올랐다. [SSF 제공]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경기아트센터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피아니스트 손열음.[크레디아 제공]

전대미문의 감염병을 겪으며 클래식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한 해 무수히 많은 공연이 취소와 연기를 반복했다. 많은 클래식 기획사들은 코로나19의 맹습을 견디지 못하고 허약한 토대를 드러냈다. 음악인들은 무대와 직장을 잃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 정상급 피아니스트는 일 년간 공연을 세 차례나 연기, 졸지에 ‘비운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팬데믹 시대는 클래식 업계가 가진 취약점과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안겼다.

▶내한공연 높은 의존도 한계…국내 연주자에게 ‘기회’로=하늘길이 막혀버린 코로나19 시대에선 국내 클래식계가 구축해놓은 그간의 생태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감염병의 확산으로 전 세계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어느 나라에서 어떤 지침이 내려질지 모르기에 앞날을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지난해 4월 베를린 필 12첼리스트는 내한공연 발표 일주일 만에 아시아 투어를 취소했다. 이러한 사례는 숱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아티스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봤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그간 국내 클래식계는 공연예술을 소비하는 관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전 세계 유수의 연주자와 단체, 지휘자의 공연을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각 나라의 빗장이 채워지자, 이 자리에 공백이 생기게 됐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그동안 해외 연주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면, 이제는 국내 연주자들의 무대를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일범 음악평론가도 “해외 연주자를 넘어 국내 아티스트들을 더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올해 공개된 클래식 공연들만 해도 상반기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임동민 임동혁 형제 등 세계 수준에 올라온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채웠고, 이제 막 도약하려는 차세대 연주자들의 다양한 무대도 눈에 띄고 있다.

류 평론가는 “코로나19로 글로벌의 시대가 가고 로컬의 시대가 열렸다”며 “글로벌의 시대에선 여러 예술적 성취를 이룬 국내 연주자가 드러나기 힘들었는데 해외 연주자들이 내한하지 못하는 로컬의 시대가 도래하며 이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고 봤다.

실제로 기획사, 페스티벌 담당자 등 클래식 업계 관계자들은 “내한공연이 취소되며 대안을 찾다 보니 우리나라 인재풀이 이렇게 두터운지 몰랐다”며 “해외 연주자를 데려온 것만큼의 케미스트리를 봤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생태계는 취약점을 드러냈지만, 도리어 코로나19는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의 수준이 과거보다 향상됐다는 것”(류태형 평론가)을 일깨워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비대면·랜선공연은 대체재…웹콘텐츠는 강점=공연의 취소와 연기를 반복하며 클래식 계에서도 저마다의 자구책을 찾았다. 이른바 ‘랜선 공연’과 다양한 웹콘텐츠가 활발히 제작됐다. 관객들은 공연장이 아닌 안방1열에서 모니터로 채팅을 하며 연주를 즐겼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면과 비대면 공연의 차이를 절감한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비대면은 실황 공연의 보완일 뿐 대체재일 수 없다”는 것이 공통의 의견이다.

류 평론가는 “클래식 공연을 온라인으로 보는 것은 음악을 향유하는 문화라기 보다 SNS와 인터넷 환경에서의 착시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공연과 생중계를 통해 클래식에 흥미를 가지게 된 사람들을 실제 공연예술의 현장으로 안내해야지, 온라인 공연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은 공연예술 발전에 헛수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 평론가 역시 “온라인으로 많은 공연이 제작되고 생중계됐지만, 관객들은 오히려 실황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코로나로 인해 라이브 공연에 대한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고 짚었다. 류 평론가도 “공연 예술이라는 오리지널리티의 가치가 높아졌고, 그 가치를 향유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연 중계가 아닌 새로운 형식의 온라인 클래식 콘텐츠는 비약적 성장을 거두며 새로운 ‘스타’들의 탄생을 끌어냈다. 유튜브 클래식 채널 중 전 세계 3위에 올라있는 ‘또모’나 성악가 이응광의 ‘응광극장’ 등은 전통적인 ‘클래식 스타’의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새로운 영역”(허명현 평론가)을 구축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피아니스트 윤아인이 주목받은 것도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서다. 류 평론가는 “코로나 시대를 맞으며 인터넷 콘텐츠를 통해 클래식 연주자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장이 열렸다”며 “여러 콘텐츠들이 독자성을 띄며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고 봤다.

▶유망주의 발굴…지속가능한 클래식을 위한 과제=팬데믹이 클래식계에 남긴 과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아티스트, 즉 유망주의 발굴”을 입을 모아 강조한다. 허 평론가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영아티스트의 발굴이 시급해졌다”며 “이제 막 무대를 찾는 영아티스트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팬데믹 시대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평론가 역시 “이전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기량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각 분야에서 쏟아져 나온다”며 “특히 피아노 분야는 경쟁력도 뛰어나고 경쟁률도 막강할 만큼 각기 다들 개성을 가진 연주자들이 눈에 띈다. 믿음직한 아티스트가 많은 만큼 이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무대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국내에서도 클래식계의 미래 세대 발굴에 노력을 기울였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음악계의 ‘영재 양성소’다. 재단은 젊고 실력있는 연주자(20~25세)들이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악기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으며,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음악 영재들을 발굴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양인모, 임지영 등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린 스타들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통해 등장했다.

2021년엔 보다 많은 단체에서 영아티스트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올해 오케스트라 단원, 작곡, 지휘 세 분야의 미래 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박선희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대표는 “지속가능한 클래식 생태계를 위해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중요한 시기로 음악적 성취뿐만 아니라 건강한 클래식 시장의 토대를 닦고자 한다”고 말했다.

류 평론가는 “현재 국내에선 예원, 예고, 음대를 통해 특출난 유망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어린 연주자들의 경우 계급장 떼고 아무 편견 없이 지구촌 사람들과 겨룰 수 있는 환경에 있다”라며 “콩쿠르도 막혀 있는 현재 당장 이들이 설 무대가 적다. 유망주들이 자연스럽게 세계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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