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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의 시대, 코스피 3000⑧] 투자자 급증세 속 눈높이 못 따라가는 리포트
올들어서도 개인자금 20조 증시로 쇄도
리포트 수요 크지만, 애널리스트 30% 급감
업무 가중 속 목표주가 괴리율 80% 등 '맹탕' 리포트 속출
신기술 도입 등으로 향후에도 입지 축소 전망

[헤럴드경제=박이담 기자] 올 들어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 자금만 20조원에 육박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투자 정보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기업분석보고서(리포트)는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한참 못미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위상 하락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10년간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는 30% 감소했고, 타 업무를 중복수행하는 등 입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폭등장에서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가 따로 노는 '맹탕' 리포트가 속출해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괴리율 80%…현실감 없는 증권사 리포트

투자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증권사 리포트가 현실과 따로 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 주가와 증권사 제시 목표주가 괴리율이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속출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씨젠의 목표주가 괴리율은 83%에 달했다. 씨젠의 13일 종가는 18만3300원인데 반해 증권사들의 목표가 평균치는 33만6000원으로 두배 가까이 차이났다. 코스맥스엔비티, 콜마비앤에이치, 위메이드 등도 괴리율이 60%를 넘겼다. 괴리율 상위권에는 하이트진로, 빅히트, 삼양식품, LF 등 우량 종목들도 다수 포진했다.

투자자들은 목표가를 산출하는 가치평가(밸류에이션) 기준에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기준이 다양할 뿐더러 신뢰할 수 없는 지표까지 나오고 있다. 보통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가치평가 지표로 주가순이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사용했다. 최근엔 주가매출비율(PSR)도 자주 활용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해에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주가꿈비율(PDR)까지 나왔다"면서 "이런 중구난방식 밸류에이션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욱 잃었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줄어드는데 일은 더 늘어난 애널리스트

업계에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업무 과중을 지적한다. 특히 종목리포트 작성의 부담이 더욱 커진 모습이다. 애널리스트 수는 줄었는데, 발간 리포트 수는 10년째 유지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0년 1508명이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071명으로 줄었다. 10년 새 애널리스트 10명 중 3명의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생산하는 보고서 총량은 제자리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0년 증권사들이 발행한 종목보고서는 1만6514건이었는데, 이후 10년간 1만6000~1만7000건으로 비슷한 흐름를 보였다. 지난해에도 10년전 수치와 별 차이 없는 1만6271건이 생산됐다.

이를 근거로 애널리스트 1인당 종목보고서 발행 건수를 단순 계산해보면 2010년엔 11건을 작성해야 했다가 지난해엔 15건을 만들어야만 했다.

게다가 영업 전면에 나서는 등 다른 업무까지 중복수행하는 경우까지 많아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요즘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 작성 뿐만 아니라 해당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법인영업팀과 함께 직접 영업에 나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러니 보고서 작성 시간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의 업무 대부분은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자금 운용에 도움이 될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세미나를 여는 것"이라면서 "보고서는 보통 야근하거나 주말에 출근해 작성하기 일쑤"라고 전했다.

점점 좁아지는 애널리스트들의 입지

증권사의 수익 모델 변화와 신기술 도입이 진행됨에 따라 앞으로도 애널리스트 규모는 점점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투협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최근 수익 비중이 커지고 있는 투자은행(IB)과 자기자본투자(PI) 부문 등에 집중하면서 리서치센터에는 투자를 줄여나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형 증권사 가운데 애널리스트 숫자가 급감한 곳이 여럿이다. 삼성증권의 애널리스트 수는 2010년 104명에서 지난해 72명으로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은 69명에서 51명으로, 대신증권은 60명에서 42명으로 감소했다.

증권사들이 도입하는 AI 등 신기술도 위협적이다. AI는 자산운용을 넘어 리포트 발간까지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투자증권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리서치 서비스 '에어(AI Research·AIR)'를 오픈해 경제이슈와 기업 정보를 일일 보고서 형태로 제공한다.

한 관계자는 "잘나가던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처우도 10년 전에 비해 크게 안 좋아졌다"면서 "능력있는 애널리스트들이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은 펀드매니저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parkid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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