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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윤 교수 “‘청년 응원한다’ 말보다 양극화·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해야” [2021 신년 인터뷰]
이승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 부위원장
‘코로나19 위기’…청년의 비경제활동 인구 증가 ‘심각’
청년 간 양극화ㆍ우울증 등 마음 건강도 적신호
‘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청년 위원 12명 참여
청년을 정책 대상으로…청년의 삶을 입체적으로 분석
‘성인기로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정책 패키지 만들어
‘청년을 응원한다’ㆍ‘청년이 힘들다’ 고정관념에서 탈피
이승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중앙대 교수)은 청년들의 학력수준은 더 높아졌지만 저성장 시대를 맞아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 등이 늘어나면서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지체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박현구 기자/ph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우리나라 정부의 청년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초대 민간 부위원장인 이승윤(42) 중앙대학교 교수는 2021년 대한민국 청년들이 불편해 하고 불안해 하는 것에 대해 가감 없이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청년들의 학자금 체납금액이 늘고, 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되지 못해 성인기로의 이행이 지체되는 등 청년들의 양극화와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청년들은 ‘청년이 힘드니까 도와주고 응원한다’는 담론 역시 불편해 한다는 사실도 전했다. 오히려 청년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단단하게 하고 제도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난 7일 중앙대 집무실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그는 청년 인구 비중 감소로 이들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감소되고 있고, 경제 기반도 취약해지면서 우울증 같은 마음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 경제가 디지털화, 자동화 등으로 인해 과거처럼 일자리가 늘어나는 고성장 시대가 끝났지만, 청년들의 학력수준은 오히려 높아지면서 청년의 역량과 일자리의 미스매치로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인 그는 지난해 9월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초대 민간 부위원장에 위촉됐다. 지난해 말 수립된 ‘제1차 청년정책 5개년 기본계획’은 사상 처음으로 정부 주도 정책에 청년 위원 12명이 직접 참여해 만든 것으로, 청년이 정책의 수혜자가 아닌 정책 형성의 주체가 됐다는 점에서 부각되고 있다.

다음은 이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속에 새해를 맞이 했다. 코로나19로 청년층의 피해가 심각하지 않나.

▶코로나19로 사회·경제 전반에 상당기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5년 간 ‘코로나 청년세대’는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일례로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학자금 체납 규모가 2019년 322억원에서 2020년 6월에는 41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학자금 체납 인원도 같은 기간 2만7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늘었다. 청년기본법에서는 만 19~34세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년들의 취업이 얼마나 심각한가.

▶가장 심각한 것은 코로나 위기로 청년들의 비경제활동 인구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취준생, 공시생, 구직단념생 등이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힌다. 너무 지쳐서 구직활동을 못하고 있는 청년들이다. 이들은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일자리를 찾는 잠재 실업자다.

청년들의 확장실업률도 2015년 11월 20.5%에서 지난해 11월 24.4%로 증가했다.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 적절한 숙련 형성, 일자리를 통한 경험의 기회 부족 등으로 불안정성이 가중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한마디로 낮은 고용률과 높은 확장실업률 등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지체는 청년 이후 성인기로의 이행에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청년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1960~70년대만 해도 한국 경제는 9%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고성장의 시기였다. 그때 주요 사회보험제도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경제는 선진국과 비슷하게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금 청년들은 과거와는 다른 노동시장에 진입했다. 예전처럼 일자리가 막 늘어나는 고성장 시대가 아니다. 여기에 더해 기술변화라던가 디지털화,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예전만큼 창출되지 않고 있다. 최근 10년 간 주요 선진국의 고학력자 실업률이 상당폭 감소한 것과 달리 한국의 고학력자 실업률은 오히려 악화됐다.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얼마나 지체되고 있나

▶‘첫 직장이 1년 이하 계약직일 확률’이 2008년에는 11.5%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28.1%로 배 이상 뛰었다.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휴학하는 경우도 함께 늘었다. 대학생의 휴학경험을 묻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휴학 경험이 있다는 대학생 수가 2015년 5월에는 115만명이었지만, 2020년 5월에는 137만명으로 부쩍 늘었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은 무엇인가.

▶청년들의 학력 수준과 일자리 간의 불일치가 문제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대학 진학률은 70%에 달한다. 특히 한국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8%(2020년 9월 기준), 인적자본지수는 0.84(2018년 10월 기준)로 각각 세계 2위다.

청년들의 역량은 높지만, 대학 진학까지 학원, 과외 등 사적 투자가 OECD 평균 보다 높고, 대학 입학 이후에도 취업 준비까지 또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노동시장은 고성장 시대를 지나 프리랜서, 비정규직 등 기존과 상당히 다른 방식의 일자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소득이 비정기적인 일자리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정책은 표준적인 일자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소득이 비정기적인 일자리를 구함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 등 노후 대책도 함께 늦어지고 있다.

-한국의 청년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인가.

▶양극화와 마음건강이다. 청년 인구 비중 감소에 따라 청년들의 정치, 사회적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고, 이들의 경제기반도 취약하다. 청년층의 역량은 높은데 일자리는 미스매치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청년세대 간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 2020년 경제활동인구조사(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265만원인데 비정규직의 임금은 162만원으로 정규직의 61% 수준에 그친다.

코로나19 겪으면서 20대의 마음건강에 적신호들이 많이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건강보험공단의 ‘20대 우울증 진료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전체 우울증 환자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났지만, 20대 우울증 환자는 26.3%나 늘어났다.

-청년 위원들이 직접 참여해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어떤 특징이 있나.

▶청년기본계획은 역사상 최초로 청년을 정책 대상으로 호명해서 청년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기본계획이다. 특히 청년들이 직접 정책 형성 과정부터 수립까지 직접 참여했다. 정책 대상자가 직접 관여한 민관협치의 기본계획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심은 청년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고 청년의 특징을 파악해서 단순히 일자리, 빈곤, 주거 등 단면적으로 보지 않고 청년이 성인기로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정책 패키지를 만들었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총 40명이고, 이 가운데 20명이 민간위원회다. 20명의 민간위원회 중에 청년(19~34세)은 12명이다. 나머지 8명도 30~40대가 대부분이다. 전반적으로 위원회 구성이 다른 정부위원회와는 매우 다르다.

다른 위원회들은 50~60대 남성으로 교수, 기업가, 대기업이나 큰 단체의 대표 등으로 이미 위상이 있는데 비해,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위상을 갖고 권한을 행사하는데 있어 벽들이 느껴졌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이 가진 모습이 여기에서 보여지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은 청년 위원 12명이 선정되는 것이 공모 방식으로 이뤄졌고, 지원 경쟁률은 7대 1 정도로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의 문제에 대해 바꿔보려는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회 참여를 해보려는 청년들이 많았다는 것이 신선하고 놀라웠다. 막상 활동을 해보니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열정을 갖게 하는데 영향을 받았다. 후배 집단에게서 존경심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은 ‘청년이 만들어가는 미래’를 비전으로 하고 있다. 청년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청년들은 부귀영화 보다는 예측 가능성과 불안정성의 감소를 바라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의 상황은 불안하고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금 당장은 소득이 적더라도 차분히 계획해서 준비하면 되는데, 그 부분이 예측이 안되다 보니 자신의 인적 자본에 사적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이른바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은 일자리의 질을 높여주고 월세 등 주거부분의 지원을 원한다. 주거환경이 최저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이른바 지옥고(지하·옥탑장·고시원)에 사는 청년의 비율은 다른 연령층 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번 기본계획에서 지옥고에 사는 청년들을 우선적으로 공공임대주택에 진입시키고 이사비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이번 정책 수립 과정에서 청년들이 힘들어한 점이 있다면.

▶이번에 청년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청년을 응원한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청년이 힘드니까 도와주고 응원한다’는 담론이 불편하다고 했다. 청년의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조적인 측면을 살펴보고자 했다.

‘청년이 힘들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려고도 했다. 청년을 힘들어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고, 성인기로 제대로 이행을 해나가고 민주시민으로서 그 책임을 이행할 수 있는 토대가 취약하니 이를 제도화시켜야 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청년들은 권리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책임도 이행하고자 한다. 예컨데, 주택 리모델링도 생태적으로 해달라고 했다. 녹색 교육을 받고 녹색 일자리를 만들고 취약계층 대책도 놓치지 않도록 했다.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기까지 어떤 고민들이 있었나.

▶청년 대다수의 의견을 잘 반영시킬 수 있을지, 세대간 연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고민이었다. 청년층 내에서 연대감을 형성시키기 위해 빈곤에 직면한 청년만 집중해 지원하기보다는 청년 전체가 건강하게 성인기로 이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기로 했다. 취약계층 청년 정책도 담으면서 보편적으로 청년들을 포괄할 수 있는 정책도 담았다. 단순히 청년 복지정책에 그치지 않으려 했다.

-과거에도 청년 관련 정책이 있지 않았나. 과거 정책과 뚜렷한 차별점이 있다면.

▶이전까지의 청년정책은 각 부처에서 하고 있는 정책에서 연령대를 청년으로 구분하는 정도였다. 청년 정책에 대한 개념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청년이 정책 대상으로 호명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청년을 중심에 놓고 청년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방식으로, 청년을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청년이 중심이 된 정책을 추구하고자 했다. 청년들의 성인기로의 이행이 지체되고 있는데다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될 통로가 전혀 없다.

그래서 이번에 청년의 참여권리를 상당히 강조했다. 정부 위원회에 청년의 비율을 일정하게 포함한다던가, 대학 인권센터를 통해 청년들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목소리를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조례를 제정할 때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연석회의를 하는 식으로 제도적으로 청년의 의견이 정책 형성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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