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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사색] ‘호모 퀘스천스’ 만들기

가끔 콘텐츠 전공 대학생들에게 특강을 할 기회가 있는데, 강의를 끝낸 후 질문을 하라고 하면 잘 안 한다. 요즘처럼 ‘줌’으로 비대면 강의를 하면 질문을 더 안 한다. 채팅창에 질문을 올리라고 하면 1~2개 정도 올라온다.

질문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다양한 생각이 존중되는 선진국이 되려면 질문하는 인간, ‘호모 퀘스천스’들이 많아야 한다. 질문하는 인간이 되려면 무슨 질문을 할 것인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을 잘 안 하는 인간들로 대학원의 세미나나 콜로키엄을 하면 효과가 나지 않는다.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는데 오래 걸린 이유가 “놀지 않아서”라고 했다. 아이폰과 갤럭시폰의 차이는 “열심히”가 아닌 “미학적” 부분에서 나온다는 것. 이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이 문제는 “질문하지 않아서”라고 바꿔 답해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제조강국으로 많은 제품을 수출해왔지만 우리가 처음 만들어 수출한 것은 거의 없었다. 이는 우리가 질문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생각하는 능력이 바로 질문”이라고 했다.

왜 질문을 하지 않을까? 개성적인(?) 질문을 하면 이상하게 바라본다. ‘호모 눈치스’가 돼버린다. 그래서 나는 강의가 끝나기 전에 질문시간을 준다. 강의시간이 다 지나가고 질문하라고 하면 질문하다가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다.

질문 안 하는 게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콘텐츠산업은 뭔가 다르게 볼 수 있는 창의성을 요구하는데, 특히 많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기발한 상상력은 물론이고 황당한 질문까지도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었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가령 “코로나19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여행은 어떤 것일까”라고 물었을 때 자연 속 ‘히든스팟’을 찾아간다거나 차박(캠핑), 개인여행을 한다와 같은 뻔한 답변 외에도 수백가지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이 나올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노래를 만들고 스토리와 메시지를 녹여내는 과정에 자신들이 직접 참여하는 게 소중하고 의미 있다고 했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질문하는 인간들이 참가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어 있다. 질문하지 않는 인간들은 이 과정을 통과하기 어렵다. 통과해도 ‘무늬만 참가’가 되기 쉽다.

방시혁 대표는 멤버들에게 질문하는 요령을 몸소 보여주며 멤버들을 질문하는 인간으로 이끌었다. 방탄소년단이 연습생 시절부터 “너희 관심사가 뭐니?” “고민이 뭐니?”로 시작해 끊임없이 물어 답변을 이끌어내 음악 속에 녹여냈다. 멤버들도 음악작업을 하며 계속 질문을 던지고, 또 “이런 건 어때?” 하면서 자기 의견을 보태면서 음악작업에 참여해 아티스트가 될 수 있었다.

질문이 없는 사람은 자기 의견이 없는 사람이다. 황당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디지털 시대에는 가치를 만들어낸다. 세계 최고 부자 랭킹 1위에 오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이 민간 우주 시대를 연 ‘스페이스X’를 만들 때 주주 대다수는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왜 우주선 로켓은 발사하는 데 1조원이 넘는 돈이 들까?” “왜 우주선 로켓은 한 번 사용하고 나면 폐기 처분해야 될까?”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 200억원대로 낮춘 우주선 로켓을 재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질문하는 인간, ‘호모 퀘스천스’를 만드는 데 좀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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