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당구 PBA 2차례 우승 ‘우뚝’…생각하는 이미래, 미래를 생각하다
“잠만보”라면서…눈웃음 뒤 강단, 실은 완벽주의
“당구를 연구하는 스포츠 종목으로 만들고파”
이미래가 유니폼 등면에 박힌 자신의 이름을 가리키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공손한 태도에 늘 상냥한 눈웃음을 짓는 단발머리 20대 젊은 여성 당구선수. 풋풋한 유망주인가 싶지만 이미 천하를 호령하는 실력자다.

이달 초 한국 프로 당구대회 PBA(프로당구협회)에서 여자부 LPBA 우승으로 개인 통산 2회 우승을 달성한 ‘여자 당구의 미래’ 이미래(25·브라보앤뉴)다. 기량 향상 속도가 빠른 데다 젊어 포텐셜이 넘친다. 이후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당구 여왕이다.

이번 우승으로 이름을 빗대 ‘당구의 미래이자 현재’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혹자는 골프계 아이돌로 통하는 LPGA 박성현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고 극찬한다. “당구 밖에 모르지만, 박성현 선수의 이름은 들어봤어요. 그런 과분한 칭찬이 있었다면 너무 기뻐요.”

김가영과 결승전에서는 플루크(의도치 않은 성공)로 득점한 뒤 김가영에게 제대로 인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부 팬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이는 오해다. “그런 때는 간단히 목례만 해야지 인사를 큰 동작으로 하는 건 오히려 실례라고 아버지에게 배웠어요. 카메라가 그 장면을 잘 못 잡은 것 같아요. 김가영 선수와 사이 안 좋을 것 없어요.”

이미래를 바라보노라면 맑고 고요한 호수가 연상된다. 강인하고 날카로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별명 역시 순한 인상의 포켓몬 캐릭터인 ‘잠만보’. 본인은 이를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한다. “드세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요. 기술력으로만 성적이 나는 것은 아니라서요. 운과 승부욕, 멘탈이 더 많이 작용하지요.”

그는 “앞으로 채워나가겠다”면서도 “사실 (겉모습대로) 유하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의 당구에 관한 지론을 들어보면 그의 강단이 금세 드러난다. 정점에 가까운 여느 스포츠종목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강단이 있고 자신감은 넘쳐 흐르며, 목표의식은 선명하다.

백구를 1적구로 하는 옆돌리기 배치를 맛세(세워치기)로 치기 위해 걸터 앉은 이미래.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테이블 상태가 최적화 돼 있을 때는 디펜스, 포지셔닝 모두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요. 두께도 원하는대로 구사할 수 있어요.” 이건 당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가 탄탄하다고 거침없이 자랑하는 소리다. 전장이 달라 겨룰 수 없는 여자 세계 1위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 히다 오리에(세계 3위) 등 강자와도 “이제는 해볼 만 하다”고 이야기 한다. 한국에서는 클럽 핸디가 여성중 최고 수준인 31점이다.

이런 경지에 이르기까지 가장 도움을 준 것은 부친이었다. 당구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로부터 시스템과 스트로크를 차곡차곡 배웠다. 지금도 스트로크에 대해서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공을 하나하나 연구하는 습관이 들었다. 그는 “첫 우승 때는 오랜만의 우승이라 감격했고, 두 번째 우승 때는 2017년부터 정립해 온 ‘내 공’이 통한 것 같아 기뻤어요.”

징크스는 만들지 않기 위해 신경쓰고 있단다. 대회에 앞서서 큐를 한번 닦고 출전하는 루틴은 갖고 있지만, 어떤 배치에 약하다라든지 어떤 실수가 많다든지 하는 경향은 생기지 않도록 경계한다고. 어느 한 공격법만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배치를 고르게 대응하려고 한다.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수익은 1억원대다. 프로 전향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여서 PBA에 감사한다고 한다. 고질적인 손목 부상에 시달렸던 그는 요즘도 경기가 없으면 4~6시간씩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목표요? 당구를 학문적으로 연구된 스포츠 종목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현역일 때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는 현역 생활을 물론 먼훗날 은퇴 후까지도 계산하고 있었다.

yjc@heraldcorp.com

몸의 미동도 없이 팔과 큐만 직선으로 쭉 뻗어주는 스트로크가 일품이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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