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신년인터뷰 ②타일러 코웬 조지 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 “韓정부 몇 차례 방역성공이 화근…백신확보 안이한 접근”
美·英 등은 상반기 팬데믹상황 극복
상당수 亞국가 접종 지연 후회할 것
바이든 정부 출범해도 미중 교착 지속
관세 등 핵심이슈 더 강력해질 가능성
대북제재 완화할만큼 중국과 신뢰없어
정책적 접근보다 상황 뒷처리여부 선택
기업규제 관련 미국은 좋은 롤모델 아냐
한국 국회·기업이 중간지점서 접점 찾길
타일러 코웬은… ▷1962년 미국 뉴저지 출생 ▷1983년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졸업 ▷1987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2005년~현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 ▷2011년 이코노미스트 선정 ‘1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2011년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 100대 사상가’ ▷주요저서〈거대한 침체〉,〈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경제학 패러독스〉,〈정보탐식가의 시대〉, 〈기업을 위한 변론〉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타일러 코웬(Tyler Cowen·59) 조지 메이슨(George Mason) 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전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관련 “(한국을 비롯해) 과거 몇 차례 방역에 성공했던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에 대해 안이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최근 선진국들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백신 확보로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상황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웬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신년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지금보다 더 위험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생겨나는 상황에서, 백신 확보와 예방 접종이 늦어진 나라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같은 상황을 후회(regret)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아울러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예방 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미국과 영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 내에 (코로나로부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말 출범을 앞둔 바이든 정부에 대해서는 “동맹국을 추가로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동맹국을 항상 즐겁게 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 상황도 “당분간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와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각종 규제 법안에 대해서도 “미국을 모방하려 하기보다는 (국회와 기업이) 서로의 중간지점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코웬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1월 20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향후 미국의 대외 경제 정책이 변화할 것인지 궁금하다. 먼저 바이든 정부에서 보호무역 문제를 비롯해 중국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으로 예측하나.

▶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에 대한 조치를 이전보다 완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 대외 정책에서 어떤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는 관세 등 일부 핵심적인 이슈에서는 오히려 기존보다 강력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미국은 동맹국을 추가로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동맹국들에게 혜택을 주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얻으려고 할 수 있다. 이는 동맹국들을 항상 기쁘게(pleasant) 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 상품에 대한 현재 관세를 당장 낮추지는 않고, 이를 향후 협상의 레버리지(leverage)로 사용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중국 정부도 미국 상황보다는 자국 여론 등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로 인해 미중관계는 현재의 교착상태(impasse)가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자신들의 ‘소프트 파워’(과학·문화적 영향력)를 전세계에 전파하는데 실패했다. 호주와의 대립 상황만 봐도 확연하다. 현재 중국이 미중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중국이 협상에서 물러설 가능성 자체도 크지 않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양국 간 긴장은 계속될 것이다.

- 바이든 행정부가 아시아 국가, 그중에서도 한국에 대해 관세 등 무역 정책을 어떻게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나.

▶ 바이든 행정부는 당장 한국에 별도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중국과의 협상에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은 전세계적인 ‘반중국 조치’(anti-China measures)에 대한 동참을 (미국 정부로부터)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과 매우 가깝고, 중국이 중요한 교역 상대국으로 있는 국가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무작정 코너로 밀어붙이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 순위는 아니다.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능숙하게(skillful) 대처할 수 있다면 현재의 궤도를 따로 수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미국은 국내외적으로 또다른 비상 상황(some other emergency)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해서만 무역 정책을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다.

- 바이든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수출 제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 미중 양국의 “너 먼저 양보하라!”(You give ground first!)는 상호 메시지에는 실제적인 변화를 원한다기보다는 수사적인 측면이 더 강하게 담겨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어쨌든 화웨이 사용은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일단 정책이 만들어지면 그대로 고착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미국의 근본적인 정책 시스템에서 비롯된 하나의 거대한 교훈이다. 트럼프라는 특이한(unusual) 대통령이 다른 차원에서 벌였던 일이라는 내용에 주의를 빼앗기면 안 된다. 향후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가 행했던) 대중국 정책은 일회성 변화(one-off change)가 아니라 미국 대외 정책에서 긴 전환의 시작 부분(the start of a long shift)으로 간주될 것이다.

- 지난해 전세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힘겨운 상황에 처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코로나19로 무너진 경기 회복을 위해 ‘더 많은 돈’(부양책)을 써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미국과 영국에 배포됐고, 이들 국가들에서는 예방 접종이 시작됐다. 반면 한국 등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은 백신 배포가 지연되고 있다. 백신을 확보한 국가가 팬데믹 상황을 더 빨리 극복할 것으로 보는가.

▶ 물론 그렇다. 미국과 영국은 올해 상반기 내에 팬데믹 상황에서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영원히 봉인(bottle up)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은 백신 확보와 예방 접종이 늦어지고 있다. 해당 국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같은 안이함(inattentiveness)에 대해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백신은 정말 모든 것을 변화시킬 만큼 중요하다. 과거 몇 차례의 방역 성공으로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도 안주(complacency)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위험한 돌연변이(mutations) 바이러스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결국은 예방 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다.

-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 북한에서는 누구나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들이 즉흥적으로 일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실질적(de facto)으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북한으로 가는) 다양한 상품의 선적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조건으로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 등을 되돌리는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요구사항을 북한에 그대로 전달할 지 확신할 수 없다. 이 같은 거래가 성사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신뢰 수준은 충분하지 않다.

-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비슷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북한에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의 결정권자는 북한과 중국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이후 이 같은 현실을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받아들일 것이다. 이 문제에서 미국은 정책적인 접근보다는 특정한 사후 상황을 놓고 뒷처리(Picking up the pieces) 여부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현재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실제적인 전략이나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당사자들이 어떤 행동을 할 지 당분간 지켜볼 공산이 크다. 향후 얼마동안은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에서 인내에 기반한 전략이 더 강화(enforced patience) 될 것이다.

-삼성·현대차·SK·LG 등 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투자하고, 반도체·배터리·자동차와 관련된 많은 공장을 현지에 짓고 있다. 바이든 시대에 한국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 같은 역할을 하는 회사들에게는 어떤 인센티브가 돌아갈까.

▶ 현재 매우 빠른 속도로 기술 및 과학적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이러한 ‘지식 진보의 최전선’(the very frontier of knowledge)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기업들이 다른 글로벌 기업보다 비교 우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생산자로서 훌륭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한국 기업은) 이윤의 최전선이 아니라 후순위(second in line)에 서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강력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지금 당장 많은 돈을 벌고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처럼 영향력(reach)과 야망을 가진 한국 기업가는 보이지 않는다.

- 최근 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이 통과됐다. 한국의 상장 기업들은 곧 시행될 새 법안에 따라 올해 주주총회에서 감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한국의 주요 재벌은 이른바 내부자들에 의해 오랫동안 운영돼 왔다. 이로 인해 종종 내부자들의 이해 갈등이나 부패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정경제 3법의) 방향 자체는 맞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를 자발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문화적 의지’(cultural will)가 있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이것이 내가 갖는 의문점이다. 주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강력하다. 몇 개의 법안 통과로 현재 상태가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작은 진전을 보게 돼 기쁘다.

- 한국 정부는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여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도 두 제도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한국은 한때 근로자 사고와 비즈니스 관련 사고, 고객 관련 사고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사고를 둘러싼 관련 법적 책임 체계(system of liability)는 강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는 제도적인 변화 움직임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고하고 싶은 게 있다. 미국은 지금 너무 멀리 갔다는 것이다. 미국이 저질렀던 실수를 한국은 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대부분 미국 기업들은 소송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법적 허가가 필요하다.

굳이 미국을 모방하려는 것(copying America)보다는 국회와 기업이 서로의 중간지점에서 접점(happy medium)을 찾길 바란다. 이번 이슈에서 미국이 좋은 롤모델이 아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선의 방안을 찾기도 전에 너무나 많은 권한을 변호사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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