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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 반씩 부담하시죠" "디저트 주문하고 매실차도 주세요”…배달앱 고객 갑질에 우는 음식점[언박싱]
별점·댓글 무기로 갑질 “업주들 피해 호소”
배달앱의 업주 보호 방안 효과는 ‘글쎄’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 #. 지난 7월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진수정(48) 씨의 카페에 10만원 이상의 주문이 들어왔다. 인근 회사에서 한 주문이었다. 그런데 라이더가 음식을 전달하고 결제하려는 순간 고객은 “먹을 사람들이 다 나가서 결제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고객은 진씨에게 연락해 결제 금액을 절반씩 부담하자고도 말했다. 진씨가 “제가 회사 대표님을 뵙고 사정을 설명하겠다”고 말하고 나서야 고객은 꼬리를 내리고 연락을 끊었다.

#. 경기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중순께 배달한 음식에서 철 수세미가 나왔다는 항의를 받았다. 그는 이후 즉각 환불 조치를 했다. 이어 지난 5일, A씨는 인근에서 똑같은 이유로 환불을 한 사례가 10건이나 됐다는 공지를 배달 대행업체에서 전달 받았다. 배달 주소가 모두 똑같은 점으로 볼 때, 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자행한 것이다. 이 외에도 A씨는 디저트를 주문한 고객에게서 ‘커피를 못 마시니 매실차를 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배달 리뷰 테러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주들 [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댓글·별점을 무기로 갑질하는 고객

6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이 급증하면서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블랙 컨슈머들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고객들이 배달 앱(App)에서의 별점 테러와 악플을 무기로 업주들에게 과한 요구를 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등의 행동을 서슴치 않고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배달 앱 내에서 별점이 낮거나 악플이 달리면 해당 점포의 배달이 줄어드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배달앱 플랫폼에 오래 전부터 입점해 단골 고객을 충분히 확보한 업주들은 단골들의 좋은 댓글로 악의적인 평가를 덮을 수 있다. 하지만 새로 플랫폼에 입점한 업주들에게는 먼 얘기다.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9) 씨는 “악성 댓글로 배달이 줄고, 배달이 줄어 좋은 댓글은 더 안 올라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에 블랙컨슈머의 무리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배달 앱 별점 테러, 댓글을 무기로 갑질을 하는 고객에 업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픈마켓 역할하는 배달 플랫폼…업주 보호는?

배달 앱이 배달 시장에서 일종의 ‘오픈마켓’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블랙 컨슈머의 횡포를 방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각 업주들이 입점 수수료를 내고 장사를 하고 있는 만큼 배달 앱도 e커머스의 오픈마켓처럼 고객과 업주를 이어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앱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당국도 오픈마켓이 중개 사업자라는 이유로 입점업체에 책임을 모두 전가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배달 앱들도 업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배달의민족은 비속어나 명예훼손 등의 내용이 포함된 리뷰를 차단하고 있으며, 업주 요청 시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는 리뷰를 30일간 블라인드 처리하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요기요는 주문과 결제까지 마친 경우에만 리뷰 작성이 가능한 클린리뷰 정책을 운영 중이다. 반복해서 특정 상점을 공격하는 악의적인 리뷰에 대한 민원은 발생한 적이 없다고 요기요는 설명했다. 업주를 위한 이의제기 창구도 운영 중이다. 욕설 등은 금칙어로 정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인공지능(AI) 기술로 허위 포토 리뷰를 거르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하지만 배달 앱의 보호 정책은 현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앱에서 악의적 리뷰를 블라인드 처리를 한다고 해도 한 달 후에는 다시 보이기 때문에 단골 고객이 없어 댓글이 쌓이지 않은 신규 입점 업주들은 한 달 뒤에 또 악성 댓글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허위 포토 리뷰를 거르는 AI 서비스 역시 시행 초기라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식업 관계자는 “플랫폼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며 “업주들도 어느 순간부터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js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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