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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제2 벤처붐 원년"…2021년에 거는 기대

〈산업부 중기벤처팀 유재훈 차장〉

올해도 쉽지 않을 것이란 각 경제단체와 연구기관들의 전망에 수긍하면서도 기업들은 현 상황의 빠른 종식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산업혁명 이래 축적돼 온 경제구조와 각 시스템들이 다시는 코로나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사실도 다들 예상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뒤바꿔놓은 사회·경제적 일상에서 이제껏 없던 새로운 창업의 길이 무수히 열릴 것이란 기대도 한켠에선 움튼다.

벤처기업계가 신축년(辛丑年) 새해에 거는 기대는 사뭇 달랐다. 코로나19의 여파가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2021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전전긍긍했던 일반기업들과는 확연한 온도차가 있었다.

지난해 모든 경제이슈를 관통한 키워드인 ‘언택트(untact)’는 벤처기업계에 있어선 신대륙과 다름없었다. 이를 통해 비대면 분야의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급부상하는 발판이 됐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 비대면경제를 가능케 하는 솔루션 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은 말 그대로 물 만난 고기처럼 국내·외 시장을 누볐다. 이젠 의미가 다소 퇴색했지만 이른바 K-방역이 국제사회에서 각광받으며 바이오, 의료, 진단 분야의 기업들은 각국의 러브콜을 받느라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벤처기업인들은 이런 상황이 지난 2000년 초반 불었던 벤처붐에 이어 ‘제2의 벤처붐’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판은 깔렸다. 법적, 제도적 기반이 미비한 상황에서 투자 주도로 일었던 1차 벤처붐 당시와 달리 그 기반은 탄탄하게 마련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시행되며 벤처투자자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투자의 자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마련됐다. 대기업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보유라는 해묵은 문제 역시 국회가 논의에 착수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벤처업계의 숙원이었던 ‘벤처기업확인제도’가 공공에서 민간으로 이양되며 다양한 벤처기업의 창업·성장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 경영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창업자가 경영권 위협 없이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돼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신산업이 뿌리도 내리지 못하게 하는 구시대적인 규제는 여전하다. 의약품 배송서비스를 하는 닥터나우가 1960년대 만들어진 약사법 때문에 사업추진에 진통을 겪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본격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무제, 다중대표소송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집단소송제 확대 등은 벤처기업에게도 치명적인 제도들이다.

세밑 통화한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성을 쌓은 자는 망하지만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고 했다. 벤처기업들은 올해도 기술과 아이디어로 이제까지 없던 길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새로 만들어낼 2021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 길은 벤처기업 뿐 아니라 한국 경제가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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