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승연의 현장에서] 이용구 사건과 경찰 신뢰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운전기사 폭행사건 논란으로 내년부터 경찰이 갖게 될 수사종결권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경찰의 혐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부터 고위공직자에 대한 봐주기 수사가 더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 차관 사건은 그가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달 6일 오후 11시30분께 “남자 택시승객이 목을 잡았다”는 112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간단한 기초 사실을 확인했으나 사건의 키가 될 수 있었던 블랙박스에서 사건 당시 녹화 영상을 찾아내진 못했다. 증거 불분명, 이 차관의 수사 협조 의사 등으로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도 않았다. 결국 경찰은 사건 사흘 뒤 피해자가 “원만히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을 근거로 이 사건을 내사 종결로 처리했다.

경찰이 피해자의 블랙박스 전용 ‘뷰어’만 제때 깔았다면 증거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지적을 차치하더라도 논란을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이다. 운전자 폭행을 무겁게 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아니라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해 내사 종결해서다.

2015년에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특가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된 만큼 일단 특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과 법원의 법리적 판단을 받아봤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달 경찰이 정차 중 벌어진 택시기사 폭행사건에 특가법을 적용한 사실이 전해지며 일관된 기준이 없다는 비판(헤럴드경제 12월 23일자 22면 참고)도 나온다.

그러나 경찰은 “내사 종결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장상황·피해자 진술·관련 판례를 고려할 때 폭행죄를 적용하는 데 법적으로나 내부 규정상으로나 잘못이 없었다고 해명한다. 이 차관이 법무부 법무실장 출신으로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시점인데도 서울지방경찰청이나 경찰청, 청와대로 사건이 보고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경찰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내사 관련 지침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죄수사 규칙과 내사처리 규칙 등을 손질해 나가겠다고 했다.

문제는 그 시점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1차수사 종결권이 경찰로 넘어오는데도 관련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이후 이번 사건처럼 중요 인물들의 사건들이 또다시 내사 종결로 마무리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 사건 기사와 관련해 “권력에 아부하는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줘도 되나”라는 뼈아픈 댓글이 나온다.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향후 내·외부 통제장치를 마련해 경찰 종결사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경찰의 약속이 꼭 지켜져 ‘법 앞의 평등’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이뤄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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