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속으로] 저출산 대책,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사회혁신의 첫걸음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의 삶이 희망적일 때’ 출산을 선택한다고 한다. 이스털린(Easterlin’s)의 ‘상대소득 이론’이다. 저출산을 넘어서는 것은 결국 얼마나 개인과 가족의 삶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느냐의 문제다. 출산은 어쩌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의 삶의 질의 총체적 결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이 머리를 맞대어 인문포럼을 진행했다. 총 다섯 차례에 걸친 논의에서 석학들은 저출산의 원인을 발전주의적 경제성장으로 인한 과도한 경쟁, 일 쏠림, 구조적 불평등으로 꼽았다. 가정에서부터 주요 덕목으로 근면과 성실을 교육받으며 경쟁적 교육과정을 거친 청년들은 사회 출발선에서 불안정한 일자리와 높은 주거비용 등을 마주하고 좌절한다고 한다. 또 일과 삶이 양립하기 어려운 ‘일 쏠림’ 환경,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된 가정 내 돌봄과 가사로 인해 청년들과 여성은 출산을 선택하지 않거나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저출산 정책의 시작이자 끝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재가 만족스럽고 미래가 희망적이라면 저출산은 자연히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도한 경쟁이 아닌 연대와 포용의 문화를 확산하고, 일 쏠림이 아닌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 가정과 사회의 성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이러한 사회혁신을 위한 첫걸음이다. 무엇보다 영아기 아동을 돌볼 권리를 부모에게 돌려줌으로써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권리로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로 변화시키고자 했다.

육아휴직 사각지대를 해소해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하고 ‘3+3 부모 공동 육아휴직제’를 통해 남성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인상해 경제적 부담으로 육아휴직을 망설이던 심적 부담을 덜고자 했다. 이로써 육아휴직 이용자를 현재보다 배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다.

또한 ‘첫 만남 꾸러미’를 도입하고, 2세 이하의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에 영아수당을 새롭게 지급한다. 영아수당 지급금액은 2025년 1인당 50만원을 목표로 삼았다. 출산 초기, 영아기 경제적 부담을 완화함은 물론, 육아휴직 확대 이전 사각지대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원받은 영아수당으로 부모는 어린이집 이용은 물론 아이돌보미, 시간제 보육, 공동육아 나눔터 등 희망하는 양육 방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아이를 낳고자 하는 청년이 어려움 없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고자 했다.

영아기 이후에는 공공 보육을 50%까지 확대하는 등 돌봄 서비스를 질적·양적으로 강화해 걱정 없이 일터로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간 저출산 정책을 위해 많은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지출은 1.4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에 크게 미달하며 보육 등 서비스에 치중돼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지원을 위한 육아휴직 급여’ 등 영아기 집중 투자 비용도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에 비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충분한 투자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저출산 해소를 위해 일거에 사회를 혁신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간 부족했던 가족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사회 변화를 위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간다면 조금씩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제4차 기본계획으로 내디딘 사회 혁신을 위한 첫걸음이 큰 물줄기를 돌리는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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