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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2020년을 마무리하며

지난 주말 저녁, 집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던 중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토픽 중 절반 이상이 영화 제목이었다. 최신 영화도 있었지만 지난 영화들도 꽤 있었다. 처음에는 의아했으나 이내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니 주말 저녁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에서 볼 영화를 검색하고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이 연말이 돼도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새로운 일상에 강제로 적응해야 했다. 지난 1년의 경험을 통해 미래에 또 다른 팬데믹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불안한 가능성을 머리에 새겼다. 많은 일상이 변했고 새로운 일상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예전의 일상이 그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똑같지는 않지만 대체 가능한 것이 있어 그나마 견딜 수 있지 않았을까?

극장 대신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감상하고,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몰입감과 현장감을 고스란히 느끼지는 못해도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온라인으로 즐기는 한편, 좋아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포장배달이나 밀키트를 통해 집에서도 그 식당만의 메뉴를 맛볼 수는 있었다. 그 현장이나 공간에서만 줄 수 있는 아우라는 느낄 수 없어도 그 유사품으로 경험을 대체한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는 다소 나은 상황이었지만 지난 1년은 흡사 전쟁과 같은 상황의 연속이었다. 전쟁 속에서도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은 이어져야 하고 생업은 지속돼야 하며, 지난한 삶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여가 활동 또한 필요하듯,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시대에도 이는 필요하다.

전대미문의 비대면 상황 속에서도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기저에는 기술이 있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수업은 교실에서, 업무는 사무실에서 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됐다. 끊어질 것처럼 보였던 일상은 다시 이어졌다. 교실과 사무실의 그 빈 자리를 메운 것은 디지털 기술이었다.

화상회의 솔루션이 대면학습의 효과를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이 단절되는 일은 없도록 조력했다. 업무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무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일하며 느끼는 끈끈한 동료애는 덜해졌지만 클라우드를 통해 공동 작업을 하면서 작업효율성은 오히려 높아지기도 했다. 스포츠 경기나 공연을 관람하러 갈 수는 없어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효과를 통해 집 안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심지어 한 엔터테인먼트회사에서는 실제 그룹과 그 그룹의 아바타가 한 무대에서 동시에 노래를 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기술은 딱딱하고 메마르게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돌이켜볼 때 기술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암울했을까? 코로나 시대의 기술은 사람들에게 일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돼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동료들과 사무실에서 만날 날을 고대한다. 공연장의 열기와 함성, 모임에서 주고받던 활기찬 대화, 그리고 얼굴이 발갛게 되도록 열띤 토론을 이어가던 회의실의 그 공기가 그립다. 이 또한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해, 머지않은 날 이뤄지리라 기대해본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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