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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화 초강세 시대] 코로나19 위기가 끝날까 두렵다?
한국·미국 주식시장 올 역대급 상승 가도
2년만에 다시 원달러 환율 1000원 시대
외환당국 하락 용인 속 속도 조절 관측도

어느 날 골디락스(Goldilocks·금발)란 이름의 소녀가 숲 솦에 들어갔다 가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오두막 하나를 발견한다. 그곳은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이 함께 모여사는 집이었다.

마침 곰들은 밖에 나간 상태였고, 허기에 지친 골디락스는 식탁에 차려진 세 접시의 수프를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막 끓여 놓은 뜨거운 수프였고 다른 하나는 식어서 차가운 수프였으며 또 다른 접시엔 너무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아 먹기에 알맞은 수프가 담겨져 있었다.

골디락스는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먹었고 이내 침실로 들어간다. 여기에도 세 개의 침대가 놓여 있었는데 딱딱한 것, 쿨렁거리는 것, 적당한 탄력을 가진 것이었다. 이번에도 자기 적당한 세번째 침대를 택해 잠이 들고 말았고, 밖에서 돌아온 곰들은 이 모습을 보고 화가나 소리 질러 골디락스를 깨우게 된다.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 나오는 이야기다. 경제학에선 이 이야기 속 세번째 수프나 침대를 빗대어 경기과 너무 과열되지도, 냉각되지도 않을 때를 골디락스 시기라고 명명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과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올해 역대급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기업의 이익과 성장에 상관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주가는 경기가 악화될 조짐만 보여도 곧 바로 하향곡선을 그리는 게 일반적인데, 현재의 이해하기 힘든 추세를 작금의 골디락스 경기 국면 탓으로 이해하는 분석이 많다.

글로벌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면 각국은 경기 부양책을 마무리하고 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증시 등 자산시장은 경기 개선보단 시중 유동성이 축소될 것에 주목해 위축되는 경향성을 띈다. 반대로 경기가 여전히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정부가 아무리 돈을 퍼붓는다 해도 주가의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가 어느 정도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면서도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은 어중간한 상황에서 재정·통화 정책 지원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랠리를 촉발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외환 시장도 마찬가지다. 국제통화 수급에 있어서 기축통화인 미국의 달러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데, 연준은 경기가 확실히 회복 국면에 진입하기 전까진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에 수정을 가하지 않겠단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 미 신임 재무장관에 비둘기파(통화완화론자)로 분류되는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지명됐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도 취임 후 대대적인 부양책 추진을 예고하면서 달러가 더 풍부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게 됐다. 적어도 내년까진 달러 약세가 이어진단 것이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부양책으로 기대 물가가 올라가 위험선호 심리가 탄력을 받게 되면 특히 신흥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그 중 원화는 코로나19 속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부각되는 가운데 수출이 예상보다 빨리 반등하면서 강세 탄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당국도 수출 기업들의 충격 최소화를 위해 속도 조절만 나설 뿐 환율의 방향 자체를 되돌리려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무역 가중치를 감안한 실질실효 환율 등을 감안할 때 가파르지만 않다면 현재의 환율 속도가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젠간 위기의 끝은 오기 마련이고, 오히려 진짜 위기는 그 때부터란 관측이 나온다. 백신이 전세계에 편만한 수준으로 상용화되고 경제활동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부양책을 마무리하고 금리 인상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현재에도 자산시장의 과열과 부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각 나라 정부와 연준 등 중앙은행들의 ‘낯빛’의 변화가 조금이라도 감지될 경우 이를 알아차린 시장은 빠른 경색 흐름을 보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1987년 역사적인 주가 폭락을 경험했던 블랙먼데이 사건을 기억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 오랜 냉전 기간 동안 유지했던 부양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과 루브르 합의 후 독일과 일본이 금리 인상을 고민하는 자세가 비쳐진 것이 기저에서 이의 원인으로 작용했단 점을 기억해야 한단 것이다. 위기시 든든한 버팀목이 되던 정부 지원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순간 이전의 위기를 능가할 정도의 공포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바이러스 위기가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되면 달러 약세 기조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연준으로선 막대한 누증 속도를 보이는 부채와 자산시장의 버블 가능성, 과도한 물가 상승에 언젠간 제동을 걸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올 전세계 부채는 3분기까지 총 15조달러(약 1경6000조원) 늘어 272조달러(약 30경원)를 기록했다. 선진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432%로 작년 말 380%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올해 풀린 달러로 부의 불평등 정도도 더 심화됐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동경제학자로서 빈부격차 문제에 관심이 많은 재닛 옐런 지명자로서도 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달러가 너무 흔해지면 중국 위안화가 국제 통화로서 갖는 위상을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단 점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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