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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털 ‘최저가 검색’ 타고 오픈마켓 들어가도…내가 본 그 상품이 아니다?![언박싱]
포털 검색으로 오픈마켓에 산 제품 잘못 배송
오픈마켓 “정보 변경 요청했다”…vs포털 “우리 책임 아냐”

통신판매중개업자 배상의무 없어…구매자 책임만 남아
공정위 “관련 문제 인지하고 법률 개정 검토 중”
황씨가 오픈마켓에서 받은 문자 메시지 [사진=황씨 제공]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 직장인 황모(34) 씨는 최근 냉장고를 구입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포털 사이트 최저가 검색을 통해 한 오픈마켓에서 A모델을 구입했는데, 10만원 이상 저렴한 B모델을 받은 것이다. 다시 살펴본 황씨는 포털에서 A모델을 클릭했음에도 B모델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두 상품은 8자리 숫자와 알파벳으로 구성된 모델명 중 숫자 하나가 달랐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A모델을 검색하고 들어온 황씨는 작은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당연히 A모델이라고 생각하고 구입한 것이다. 그는 이후 해당 오픈마켓에 관련 피해를 알렸으나, A모델이 품절돼 자동으로 B로 연결됐다는 답변만 들었다.

포털 “상품 정책은 오픈마켓 몫”vs오픈마켓 “정보변경 요청 제때 반영 안돼”
황씨와 동일한 피해를 호소하는 댓글. [사진=황씨 제공, 오픈마켓 캡처]

포털에서 검색한 상품이 실제 물건을 취급하는 오픈마켓 상품과 달라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포털에서 최저가 검색을 통해 상품을 찾아도 해당 오픈마켓에는 물건이 없거나 비슷한 제품과 자동으로 구매 연동이 돼 황씨처럼 원치 않은 물건을 사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 포털과 오픈마켓이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경쟁 당국 역시 이렇다 할 해법이 없어 당장 소비자 구제는 어려울 전망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황씨와 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인터넷 게시물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오픈마켓의 제품 정보가 포털에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않아 검색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어느 쪽에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소비자는 원하지 않는 상품을 들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우선 포털 측의 입장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포털은 오픈마켓에서 상품 정보를 받아 나열하면서 ‘상품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페이지에 고지하고 있다. 이어 정보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으며 정보의 신뢰 여부는 이용자 본인의 책임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상품의 가격이나 수량 관련 정책은 오픈마켓의 소관이라고 말한다. 포털에 나오는 상품 정보는 오픈마켓이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바뀌며, 소비자의 피해는 안타깝지만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오픈마켓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품 가격이나 수량 등 관련 정보는 오픈마켓이 포털에 전달하고 있지만, 이 내용이 제때 업데이트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황씨가 구매한 제품의 경우도 해당 오픈마켓은 지난 9월 품절이 됐음을 알리고, 포털 측에 삭제를 요청했으나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의무를 이행했는데도 제품 정보가 수정되지 않아 소비자 피해로 연결된 것이다.

해당 오픈마켓이 이번 사례에 대해 포털에 문의한 결과 ‘제휴사(오픈마켓)의 오류로 매칭 오류가 발생했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에서는 포털이 운영하는 상품 정보 처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쟁 당국도 해결책 없어…피해는 ‘소비자 몫’

포털 쇼핑 관련 고지문 [사진=포털 캡처]

오픈마켓 입점 판매자에게도 사실 잘못을 물을 수 없다. 황씨의 사례를 보면 판매자는 상품 매진 정도 등을 오픈마켓 측과 공유했고, 황씨의 주문도 B상품으로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씨는 판매자에게서 환불 받기도 어려워져 원치 않은 제품을 쓰게 생겼다. 황씨는 “이 제품을 원했다면 훨씬 더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 있었다”며 “또 다른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고 반문했다.

경쟁당국 역시 이같은 소비자 피해에 대해 이렇다 할 구제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자상거래법 상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면 소비자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처럼 포털과 오픈마켓이 서로의 의무를 다 이행했다고 주장하면 황씨는 전자상거래법상 피해를 배상받을 여지는 없다. 오히려 결제 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황씨의 부주의에 대한 책임만 있을 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에서도 전자상거래법의 해당 조항이 문제 소지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법률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js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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