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실도 수도도 같이 쓰는데 누구 하나 기침이라도 하면…”
창신동 쪽방촌 가보니…
코로나시대 첫겨울 맞은 취약계층
“올겨울은 아플까봐 제일 걱정”
장애인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 더해 ‘고독사’ 증가 우려도
2일 오후 5시께 찾은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쪽방촌 주민 김순태 씨의 방. 신주희 기자

“이 방은 가스불도 안 나오니까 이렇게 전기 장판 틀어놓고 버티는거지. 코로나 때문에 올 겨울에는 방구석에 꼭 붙어 있으려고.”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쪽방촌에서 20년 이상 지낸 김순태(73)씨는 타일로 만들어진 싸늘한 방바닥을 만져보며 이같이 말했다. 영하권 한파가 이어지는 지난 2일 오후 5시, 사람 두명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김씨의 좁은 쪽방 문틈 사이로 한기가 들어왔다. 전기장판을 최대로 틀고 검은색 패딩을 껴입은 김씨는 “올 겨울은 아플까봐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올 겨울 쪽방촌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와 겨울철 한파 걱정이 이중으로 겹쳤다. 당뇨, 고혈압 등 건강이 취약한 이들이 감기라도 걸렸다간 큰일인데다가 코로나19 증상으로 의심 받을까 겁이 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감기약 알러지 반응으로 쓰러져 병원에 며칠간 입원했던 김씨는 “뉴스에서 (병상)자리도 부족하다던데 아파서 병원 갈 일 생기면 절대 안 돼, 혈압약도 잘 챙겨 먹어야지”라며 약봉지를 만지작 거렸다.

김씨의 쪽방 입구 공동 현관에는 ‘박문객님 집 안에 들어올 때 마스크 착용하여 주세요, 무서워요’라는 문구가 종이 박스에 적혀 붙어 있었다. 김씨는 “바깥 사람들이 이웃들 집을 방문할 때 마스크를 잘 안 쓰고 다녀서 걸어뒀다”고 했다.

이날 쪽방촌 골목에서 김장 김치 나눔 공지를 보고 있던 주민 이모(63)씨도 “겨울에 기침이라도 나면 코로나19 증상일까봐 무섭지”라며 “정말 누군가 걸리기라도 하면 (쪽방촌)전체가 쑥대밭이 될 걸”이라고 했다. 대부분 주민들이 화장실이나 수도를 같이 쓰기도하고 2층 쪽방의 경우 실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홈리스행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구청 등 보건소는 주민들에게 방안에서 자가격리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쪽방촌 주거 특성상 공용 화장실 및 주방을 공유할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자가격리가 어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쪽방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 코로나 시대에 훨씬 더 위험하다”며 “말그대로 ‘3밀(밀집, 밀폐, 밀접)’ 공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 기침, 폐렴 등 건강이 취약한 사람들은 겨울철이 더욱 고비인데 밀집한 환경에 놓여있다”고 했다. 이 활동가는 “서울시에서 여름에 ‘안전 숙박’이라고 해서 취약계층 여름나기 시설을 운영한 적 있는데 코로나19 시기에는 이를 상시 운영해하는 것도 방안이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각종 기부금 및 연탄 나눔 손길마저 뚝 끊겼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인천모금회)의 모금액은 올해들어 지난 10월까지 모금회의 연중 모금액은 156억원으로 올해 목표치인 189억원보다 33억원이 부족하다.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해 쪽방촌 연탄 나눔 봉사자들의 발길도 줄었다.

올 겨울은 주거 취약계층 뿐 아니라 장애인들에게도 더욱 고독한 겨울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에 제한이 걸린데다가 겨울철 고립된 이들의 고독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조원석 시청각장애인 권익옹호단체 손잡다 대표는 “이 시기에는 고독사가 가장 걱정된다”며 “가정 방문을 하지 않는 이상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해)서로 만나기 어렵고. 이러다보면 소식 자체가 끊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활동가들이 있지만 수어를 못 하는 분들이 많아 시청각장애인의 소식을 정해주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신주희·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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