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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수능’, 응원열기 사라진 교문앞…수험생·학부모 “코로나로 너무 힘든 시간”
교문 밖 응원 열기 사라지고 썰렁
학부모들 “코로나로 피해 컸어”
허겁지겁 달려오는 지각생은 여전
1시간 넘게 교문 밖에서 기도하는 사람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3일 오전, 한 학부모가 수험생 아들의 팔짱을 끼고 수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박상현 기자/pooh@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이른 새벽부터 자리를 잡아 선배들의 건승을 기원하는 후배들의 응원열기도, 교문으로 입장하는 학생들에게 뜨거운 차를 대접하는 차량도 눈에 띄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놨다. 하지만 무탈하게 시험을 치르길 기원하며 자식이 눈앞에서 사라질때까지 이를 지켜보는 부모님의 모습과 교문을 향해 들어가는 비장한 수험생들의 모습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3일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앞. 수험생들은 저마다 마스크를 끼고 두꺼운 외투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 수험장으로 향했다. KF94 마스크와 안경을 함께 착용한 학생은 안경 렌즈에 김이 서리기도 했다.

이날 만난 재수생 학부모 이현주(51) 씨는 “수능 연기됐을 땐 멘탈붕괴가 왔었다. 우리 딸도 코로나가 확산하니까 제발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라며 “딸도 저도 지금 엄청 긴장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딸이 재수를 하며 코로나19이 오기 전과 후 모두 수험생 학부모가 되었던 이씨는 “(아이가) 작년엔 학원이든 학교든 자기가 끌려다니면서 했다면 올해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던 것 같다”며 코로나19 수험생활을 돌이켰다.

날씨도 예년과 달랐다. 매년 찾아오는 ‘수능 한파’도 이날은 비껴갔다. 오전 7시 기준 서울의 기온은 영하 0.9도, 체감온도는 영하 4.2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간 서울 기온인 영하 2.1도, 체감온도 영하 6.3도에 비해 2도가량 올랐다.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던 교문 밖 응원 역시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 시도 교육청이 수능 응원행사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뜨거운 응원열기를 보였던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앞도 응원을 나온 학생 없이 썰렁한 모습이었다. 자식들을 들여보낸 학부모 몇 명만이 교문 너머 수험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학부모들은 “코로나까지 겹쳐 더욱 힘든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고3 아들 팔짱을 끼고 용산고 정문까지 바래다준 학부모 정민영(46) 씨는 “평상시에는 걱정 안 해도 될 일들이 코로나 때문에 많이 발생해서 걱정이 많았다”며 “아이가 스터디 카페에 갔다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서 고생을 하기도 했다. 음성 판정을 받긴 했는데, 최근에 그런 일이 많아 정말 피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용산고로 둘째 아들을 바래다 준 학부모 이세연(54) 씨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접촉을 못 하고 수업에서 준비하는 시간이 자기 혼자 하는 시간이 많아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하는 거보단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아무리 다독거려줘도 아이가 스스로 나태해질 수 있는 단점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잘 마무리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수험장 풍경에도 지각생들은 여전히 눈에 띄었다. 입실마감시간(오전 8시 10분)을 넘긴 오전 8시 18분 선린인터넷고 교문 앞에 급하게 도착한 검은색 SUV에선 마스크와 흰색 패딩을 입은 수험생이 내렸다. 운전석에 앉은 수험생의 어머니는 “수험생이에요. 문 좀 열어주세요”라면서도 “도시락 챙겼어?”라며 딸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 교문 밖에서 한 수험생 학부모가 기도를 하고 있다. 박상현 기자/pooh@heraldcorp.com

1시간이 넘도록 교문 밖에서 기도를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오전 7시께 용산구 선린인터넷고 앞에 도착해 기도를 시작한 학부모 우모(50) 씨는 입실 마감 시간인 오전 8시 10분 교문이 닫히자 그제야 기도를 멈췄다. 우씨는 “남의 집이나 우리 집이나 수험생 모두 좋은 성적 거두고 긴장하지 않고 시험 잘 쳤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빌었다”고 말했다.

홀로 수험장 앞에 나와 학생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교사도 있었다. 용산고 앞에서 만난 종로구 대동세무고 3학년 담임교사 장명식(54) 씨는 “저희 학교 남학생들의 주 시험장이 여기라서 잘 들어가는지, 혹시 무슨 일이 없는지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가 살아온 과정 중에서 가장 길고 힘든 하루가 될 수 있는데, 오늘 하루 잘 버티면 내일부터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새로운 꿈이 생길 수 있는 그런 날이 있을 거니까 오늘 하루 잘 버티고 힘내라고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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