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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펀드·운용사 대청소…불량펀드는 환매권유
농협銀 부진펀드 점검
우리銀 평가기준 개정
신한·하나銀 점검강화
계열·대형사 유리해져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은행권이 펀드와 자산운용사 대청소에 나선다.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금융상품을 솎아내기 위해서다. 투자자에게 은행이 먼저 환매를 권유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내년 금융소비자법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다. 결국 은행 계열 또는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금융상품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NH농협은행은 일부 운용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정비 대상에 대해 알렸다. 최근 1년간 거래가 없거나, 신규 펀드를 판매했으나 성과가 부진한 곳들이 대상이었다. 운용사 의견을 반영해 대상을 결정하겠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은행이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문서를 통해 운용사 정리를 공식통보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판매 중인 펀드가 수백개에 이르는 만큼 이를 정리하려는 것”이라며 “당행의 일방적인 결정보다 운용사의 피드백을 참고해 마케팅 방향을 결정하고자 자문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은행권은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둬왔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존에 거래하던 운용사들에 대한 점검에 나서는 한편 운용이력이 부족한 신규 운용사들의 진입 문턱도 대폭 좁히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운용사 평가기준을 재분류하기 시작했다. 자사판매 수탁고 및 펀드평가사 펀드등급 등이 주요 기준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특정 운용사 쏠림을 막기 위해 자본규모나 수탁고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했다. 하나은행은 실재성있는 상품만 직접 판매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에 펀드 마케팅을 하러 문의했는데, 내부 기준에 미달한 운용사라 만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기존에 판매 중인 펀드가 있는데도 이를 알지 못한채 그대로 라인업에서 정리돼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펀드 판매고는 102조6923억원으로 1년 전(109조1474억원)에 비해 5.9%가 줄었다. 펀드 판매사들 중 은행권 비중도 같은 기간 18.84%에서 16.19%로 2%포인트 이상 내려갔다. 은행들은 펀드 판매 뿐 아니라 수탁업무에 대해서도 깐깐한 기준을 내세우며 사실상 수탁거부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은행권이 이처럼 펀드 정리 작업에 들어가면서 성과가 부진하거나 수탁고가 적은 펀드에 대해서는 대거 환매 권유가 나올 전망이다.

시중은행 PB는 “회사에서 전략상품 등에서 제외한 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환매할 것을 제안하는 편”이라며 “자연스럽게 중소형나 신생 운용사들 상품들을 은행에서 찾기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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