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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력 찾아 은행문 두드리는 ‘달력 낭인’…'공짜 달력'이 사라지고 있다
은행·관공서에서 주던 달력 물량 축소
온라인몰에서 달력 구매 22%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내년 달력은 이미 다 나갔습니다. 달력을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달력이 얼마 안되서” 가정주부 A(45)씨는 최근 ‘은행표’ 달력을 구하려 했지만 빈손으로 은행문을 나서야 했다. 서울 홍은동에 사는 B씨(55)는 아예 지난 달부터 은행 직원에게 내년 달력이 나오면 자신을 불러달라고 단단히 일러놨다고 한다.

연말이면 은행이나 관공서, 기업 등에서 무료로 나눠주던 달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스케줄 앱(App)으로 일정 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달력 수요가 줄어든데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기업 홍보용 달력을 찍는 회사들이 급감한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달력을 찾아 은행을 전전하는 ‘달력 낭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공짜 달력을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면서 온라인몰에서는 돈을 주고서라도 달력을 사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서 최근 한달(11월 2일~12월 1일) 간 달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다. 3년 전인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93%나 급증한 수준이다. 일정 관리를 위한 플래너·스케줄러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43% 뛰었다.

옥션에서도 같은 기간 달력 판매량이 4% 늘며 호조를 보였다.

다만 가계부 판매량은 달력이나 플래너·스케줄러의 증가 폭에 못 미쳤다. G마켓에서 최근 한 달간 달력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손으로 쓰는 가계부보다 가계부 모바일 앱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광주 북구 운암도서관 직원들이 독서 명언 등을 수록한 달력을 제작, 관내 공공도서관 등에 배부하기 위해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온라인몰에서 달력 수요가 급증한 것은 최근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주는 ‘공짜 달력’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홍보 달력을 찾는 이들이 과거보다 줄다 보니 기업들 역시 매년 달력 인쇄 물량을 줄이는 추세다. 여기에 경기 불황에 따른 비용 절감을 이유로 달력 물량을 대폭 줄이거나 벽걸이 달력 대신 사이즈가 작은 탁상용 달력으로 교체해 배부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벽걸이 달력 배포를 중단한 대신 직원들에게 탁상용 달력을 3개씩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회사 로고가 새겨진 직원용 다이어리 정도만 배포하고 있다. 은행들도 홍보용 달력 물량을 매년 줄이고 있고, 일부 은행은 종이 달력 수요가 줄어드는 점을 고려해 일부 제작 비용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력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온라인몰을 찾기 시작하면서 달력의 종류는 다양해지는 추세다. 최근의 복고(레트로) 유행으로 매일 한 장씩 뜯어내는 ‘일력’에 영어문장이나 명문장을 하나씩 습득하도록 적어둔 상품이 등장했다. 또 달력 종이 하단에 날짜와 공휴일 정도만 표기해두고 나머지 빈 곳에는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붙일 수 있도록 한 ‘나만의 달력 만들기’ 상품도 인기다.

G마켓 관계자는 “최근 공짜 달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일찌감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구매해 새해를 준비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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