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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NN “중국, 코로나19 초기 심각성 알면서도 축소·은폐”
CNN, 내부 기밀문건 폭로
中 익명 의료종사자가 제보
진단역량 열악…오판 허다해
[EPA]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축소·은폐했음을 보여주는 정부 기밀 문건이 공개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익명의 중국 의료종사자가 제보한 후베이성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내부 기밀 문건을 소개했다.

117페이지에 달하는 이 문건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지역 보건당국이 집계한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중앙 정부가 축소해 공개했고, 보건당국조차 장비가 열악해 실제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압축된다.

CNN은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주요 사항을 고의로 숨겼다는 증거는 없지만, 당시 당국이 알고 있던 내용과 대중에 공개한 내용이 여러 면에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건에서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 사이를 다루는 이 문건에는 올해 2월 7일 자 코로나19 현황 자료가 많이 게재돼 있다.

당시 중앙정부는 전국에서 247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문건에 따르면 같은 날 후베이성 보건당국은 신규 확진자를 5918명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정부 발표치의 2배가 넘는 수치다.

3월 7일 자 자료를 보면 사망자 수치도 축소 공개된 사실이 드러난다.

당시 정부 공식 자료에 따르면 후베이성 내 사망자 누계는 2986명이었지만 현지 보건 당국은 총 사망자를 3456명으로 집계했다.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급증했던 시기에 지역 보건 당국의 진단 역량이 상당히 열악했다는 점도 문건을 통해 드러난다.

후베이성에서 코로나19 사태 발병 후 첫 한 달 동안 환자 증상 발현 시점부터 확진 판정이 나오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3.3일로 기록돼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 질병을 다룰 때 겪는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23일은 지나치게 긴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진단이 이처럼 지연됐기 때문에 당국이 적시에 필요한 개입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당시 사용된 진단 장비 자체도 정확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10일 자로 표기된 감사 자료에 따르면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진단 장비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장비는 양성 사례를 음성으로 잘못 판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감사 자료는 지적한다.

CNN이 입수한 문건에는 정부 내 관료주의 때문에 후베이성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제한됐다는 내용도 있다.

문건에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후베이성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역학 조사, 예방정책 마련, 정책 제안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라면서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윗선에서 내린 과제를 수동적으로 수행했고 전문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돼 있다.

이 외에도 지난해 12월 후베이성에서 예년의 20배 규모에 이르는 독감 발병이 있었다는 사실, 정부가 마련한 보건정보 네트워크가 속도가 현저히 느려 사용에 지장이 있었다는 점 등이 문건에 적혀 있다.

CNN은 문건에서 “하향식 관료주의와 융통성 없는 절차로 제약을 받은 비효율적 보건 체계의 모습이 드러난다”라면서 “팬데믹 초기에 있었던 정부의 명확한 실수와 제도적인 실패의 패턴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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