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재정준칙 ‘소리없는’ 입법예고 논란…논쟁 사전 차단?
민감한 내용 시행령에 위임 강행
경제위기 예외 조건은 엄격 명시
의견수렴 후 이달 말 국회 제출

정부가 별다른 예고 없이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비판을 받았던 시행령 위임 내용은 기존대로 강행했고, 그 대신 준칙 적용 예외 조건을 엄격히 법에 명시했다.

1일 관보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전날부터 오는 17일까지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하고 있다. 법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가 끝나는 이달 말께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 발의를 하게 된다.

이번 입법예고는 별다른 사전 예고도 없이 이뤄졌다. 통상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알리는 것과 대비된다. 재정준칙 도입을 반대하는 여당과 더 엄격한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야당의 비판을 모두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게다가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총액을 늘려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논의를 하고 있는 만큼 재정준칙 도입을 대대적으로 알렸다가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재정준칙 적용 면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다는 게 기존 발표 내용과 가장 큰 차이다.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인명·재산 피해가 큰 대규모 재해, 외환위기·금융위기·코로나19 위기에 준하는 성장 충격 등 3가지 요건 중 하나 만이라도 발생했을 땐 재정준칙 한도를 넘어서도 된다는 예외규정을 뒀다.

기재부가 지난 10월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처음 발표했을 때는 ‘글로벌 경제위기’일 때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수준이라고 경제위기 설명을 더 구체화했다. 내부적으로 ‘경제위기’의 기준을 어떻게 정의할지 막판까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10년에 한 번 오는 글로벌 경제위기 정도 돼야 준칙을 면제할 수 있다고 엄격하게 법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정준칙 한도 계산식 등은 기존 발표 내용과 같이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했다.

시행령에 두면 정부 재량으로 수정할 수 있어 ‘고무줄 잣대’를 들이댈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기재부는 그대로 강행했다. 구체적인 시행령안은 향후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가 어렵게 법안을 마련했지만 국회 통과는 여야 반대로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법 통과가 되지 않더라도 정부 자체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등 준칙을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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