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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학조사관 "보건인력 갈아 넣어 만든 K-방역 성공, 회의감"

[연합]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학조사관들이 과잉노동으로 인한 신체적 피로는 물론 상당 수준의 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경기도 지역 역학조사관 20명을 대상으로 한 초점집단면접에서 이런 응답이 나왔다고 26일 밝혔다.

인터뷰 참여자들의 '정서적 고갈'의 평균값은 4.31점으로 16명이 기준 이상의 정서적 탈진 상태를 보였다. 또 외상후울분장애(PTED) 문항 조사 결과 인터뷰 참여 조사관들의 울분은 평균 2.04점으로 '지속하는 울분 상태'를 보였다.

응답자들은 과잉노동으로 인해 신체적 피로는 물론 "잘 때마다 역학조사 하는 꿈을 꾼다"며 정신적 피로를 호소했다.

동선을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거짓으로 응답하는 피조사자가 많아지면서 도덕적 갈등과 스트레스를 겪는 조사관들이 많았다. 특히 '정치적으로 편향된 역학조사'라거나 '양성 판정은 국가에서 조작한 것'이라고 욕하고 끊는 피조사자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근무환경 또한 열악해 역학조사에 쓸 '방역폰'이 미지급돼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한 결과 역학조사관의 개인 번호가 노출돼 확진자의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역학조사 업무 공간도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역학조사관들은 대부분 주말과 평일 구분 없이 일하고 있었으며, 퇴근 후에도 지속적인 업무 연락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초과 근무 시간이 100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응답자들은 국내 방역성과에 보람을 느끼지만 K-방역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표시했다.

응답자들은 "보건 인력을 갈아 넣어서 만든 K-방역이 성공적이라는 견해에는 회의감이 든다"며 "앞으로 이런 난이 있을 때 헌신한 사람들을 이렇게 대우한다면 다음에 누가 또 지원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응답자들은 동선공개의 불필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들은 "확진자 동선과 겹쳐도 감염 위험자는 걸러내서 검사하고 방역도 마쳐 가게 운영을 재개한다"며 "동선공개로 시민들은 더 불안해지고 업장 사람들은 피해를 보는데, 결국 동선공개로 행복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한 응답자는 "지자체에서는 (선제 노력을) 자랑해야 하니까 동선 공개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줄이면 피해가 줄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유명순 교수는 "불 끄기 급급한 위기 대응에서 유연하고 장기적인 체제로 전환하려면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응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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