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병기 연예톡톡]‘도도솔솔라라솔’ 잔잔한 매력 좋지만…극적 포인트가 아쉽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수목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은 무한 긍정 피아니스트 구라라(고아라)와 친구를 잃는 상처가 있는 선우준(이재욱)의 반짝반짝 로맨틱 코미디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따뜻한 피아노 선율이 더해져 시청자들의 감성을 두드린다. 전반적인 느낌은 ‘사랑스러움’, ‘따뜻함’, ‘유쾌함’, 이런 것들이다.

제작진이 말했듯이 “마치 아름다운 바닷가 작은 마을에 놀러와서 청량한 바람도 쐬고, 따뜻한 사람들도 만나고, 소박한 피아노곡을 몇 곡 배우고 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실 것”이라고 했는데, 딱 그런 분위기다. 조금도 과장이 없다.

대본을 쓰는 오지영 작가는 그만의 색깔이 있다. 전작인 ‘쇼핑왕 루이’와 ‘내 뒤에 테리우스’ 등 제목만 봐도 작가의 감성이 묻어난다. 여기서는 엉뚱 발랄하면서도 따뜻한 작가의 감성과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소녀의 기도’나 ‘사랑의 기쁨’ 등 친숙한 클래식 음악과 따뜻한 코미디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와 바닷가 소도시 마을. 이쯤되면 힐링할 수 있는 충분조건은 갖춘 셈이다.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 차별점이라면 좀 더 ‘생활에 밀착된 클래식 로코’라는 점이다. 생활속 이야기들로 풀어가고 있다.

이 드라마의 재미요소는 저마다의 상처와 비밀을 안고 작은 시골 마을의 피아노 학원 라라랜드에 모여든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조금씩 풀려질 때 나온다.

부잣집 딸이었던 구라라는 피아노를 치다가 결혼식날 아버지를 잃고 은포로 와 전혀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 선우준은 고3때 절친이 교통사고로 죽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아버지가 있는 답답한 집안을 탈출해 사는 자유 영혼이다.

드라마의 기본 구도는 은포에 불시착하게 된 구라라와 거칠어 보이지만 의외로 섬세한 선우준이 은포에서 펼쳐내고 있는 이야기다. 여기에 ‘번아웃 증후군’으로 ‘나는 뭘 위해 살고 있나’를 생각하다 현재의 모든 관계와 이별을 한 이혼남 의사 차은석(김주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폐지를 줍고 살아가는 김만복 할아버지(이순재)는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아내를 위해, 피아노를 배워 서툰 솜씨로 소녀의 기도를 연주하는 모습은 힘든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위로했다.

미혼모로 거칠지만 따뜻한 언니 진헤어 드라이 장인 진숙경(예지원), 진헤어에 항상 모이는 ‘이꿈모‘(이혼을 꿈꾸는 모임) 아주머니 3총사의 왁자지껄한 수다까지도 유쾌하다. 뭐든 돈 봉투로 해결하려는 이재욱 엄마 조윤실(서이숙) 등의 조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사람 쫓는 것만으로도 심부름 센터 직원 추 실장(최광제)은 공포와 웃음을 준다.

신재민(송민재) 같은 어린이 이야기도 좋다. 그늘이 있었던 재민은 좋아하는 피아노를 치며 몸도 마음도 튼튼한 어린이가 되어간다. 라라랜드에는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들이 모였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긍정적인 극복과정과 함께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자극이 너무 없어 밋밋하다. 구조적으로 보면 ‘동백꽃 필 무렵’처럼, 자신이 살던 곳에서 멀리 떠나서, 그 동네에서 새로운 일들이 일들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행복한 순간을 맛보면서 각자의 트라우마도 극복하고 시청자들에게는 힐링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너무 소소해 확 와닿지 않는다. 예를 들면 ‘동백꽃 필무렵’은 연쇄 살인마라는 긴장·자극제가 있고 이 이야기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 여기에 주목하게 된다.

물론 ‘도도솔솔라라솔’에도 자극적 요소를 넣었다. 피아노를 배우러 왔다가 구라라에게 쳐달라고만 하는 사람(안중호)은 근본적인 장애물이 아니다. 구라라를 납치하지만 어슬픈 스토커다. 이것만 봐도 작가가 얼마나 악역을 설정하는 걸 싫어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구라라와 스토커는 신분관계가 다르다거나, 사회적으로 다른 위치를 설정한 것은 아니어서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도도솔솔라라솔’은 조용하다. 물론 편하게는 볼 수 있고, KBS가 자극과 악역이 없는 무공해 드라마를 선택했다는 것은 잘 한 일이지만, 요즘 드라마 경쟁력으로 삼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음악도 초보 클래식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조금 더 본격적인 음악이라면 여기서는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았다. 물론 어려운 클래식 음악과 관련 이야기를 했을 경우,보편적인 시청자를 놓칠 수 있겠다는 계산을 이해할 수는 있다.

멜로구도에서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여자주인공과 남자들이 엮이는 과정이다. 채무 관계를 통해, 또 졸업식의 피아노 연주회를 보고 남녀관계로 넘어가는 이야기는 자연스러웠다. 또 이걸 콘셉트로 가져와 ‘도도솔솔라라솔’을 키다리 아저씨로 만드는 이야기도 좋았다. 하지만 확 끌리지는 않는다. 극적 포인트가 없고 순정만화 톤의 몇몇 장면을 기억하게 하는 정도다.

남자주인공(이재욱)이 집을 나오는 이유,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아버지 때문이라는 설정은 올드하고 클리셰라고 할 수 있다. 시대적 의미를 주지 않는다. 그러니 긴장감이 안나온다. ‘동백꽃 필무렵’은 이혼녀, 술을 파는 여성, 애 달린 미혼모 등에 대한 선입견을 사회적인 장벽으로 가져오니꺼 힘이 생겼다.

여기서는 남자주인공 아버지의 반대는 강하지만 힘이 없다. 빈부 문제를 다루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느낌이었다. 구라라가 맞이 하는 세상은 좀 더 냉철하고 살벌한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판타지가 가미된다고 해서 냉철함을 잃어버리면 드라마가 붕 뜰 수 있다.

빈부 상관 없이 돈을 빌려주는 상황은 아름답지만, 구라라를 너무 쉽게 도와준다. 선우준은 구라라의 ‘듬직한 채무자’가 되어 돈 빌려주기, 입원 생활 수발들기, 라라랜드를 제안하고 첫 번째 수강생이 되어주기까지 했다. 차샘(차은석)은 한술 더 뜬다. 도와주는 게 있으면, 너무 한 쪽만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든 걸 사랑이라고 포장하고 봐주기는 벅차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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