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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표현못해 더 위험한 영유아 학대…법규와 관심 제고해야
16개월 영아 학대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A(가운데 검정 후드 재킷 착용)씨가 19일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어느덧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조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얘기다. 우연히 어린이집 식단표를 보게 됐고, 이제 막 의사표현을 할 줄 아는 아이에게 친근감의 표시로 물었다. “오늘 아침에는 사과랑 바나나 먹었네!” 조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려운 표현은 없었지만, 다시 한번 알기 쉽게 풀어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기자정신’이 발동해 누나에게 뛰어갔다. 어린이집이 자랑하는 이 식단을, 전화해서 한번 확인이라도 해야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누나 역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거 일일이 따지다간 아이에게 불이익밖에 더 오냐는 답이 돌아왔다.

비단 어린이집만을 탓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학대 여부를 진술하기 힘든 영유아가 학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아동학대 예방기념 주간’에도 영유아 학대 소식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주 경기 하남시에서는 잠을 잘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기 일부가 파열될 정도의 폭력을 행사한 베트남 국적 20대 여성이 구속됐고, ‘아동 학대 예방의 날’ 당일인 19일 울산 어린이집에서 4세 아이를 숟가락으로 때리는 학대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지난해 부산의 한 병원에서 벌어진 신생아 학대사건의 첫 재판이 열릴 때까지 병원측의 사과나 인정이 없었다는 소식도 이어졌으며, 서울 양천에서 16개월 영아를 학대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모친도 검찰에 송치됐다.

영유아는 신체가 약하고 의사표현이 서툴다는 이유로 학대의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이웃의 신고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찰이 2차례 이상 반복 신고된 사건은 지방청에 즉시 보고키로 하고 소아과 전문의 등으로 꾸려진 자문단을 구성한 것은 그나마 희소식이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학대 예방기념주간을 계기로 5개 편의점 브랜드내 계산대 화면을 통해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문구를 송출하고 편의점이 아동학대 신고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안내키로 했다.

다만 가정이나 어린이집 등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여전히 수면위로 떠오르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린이집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함양하고 혹시나 아이에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린이집에 유리한 증거로도 채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청와대 청원에 따르면 13세 여아가 4세 남아를 불러 신체접촉을 유도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럴 경우에도 CCTV가 사실관계를 보다 명백하게 가릴 수 있다.

문제는 아동 학대 가해자의 70%가 친부모라는 점이다. 사유리의 비혼출산으로 친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가운데, 어떤 형태의 가정이든 자기 아이를 책임감 갖고 돌볼 필요가 있다. 또 경우에 따라 포상을 병행하는 등 이웃의 관심과 신고를 촉구하는 캠페인도 전개해야 하며, 2회 이상 신고시 분리법안(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왔지만 1회 신고시에도 수시방문 등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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