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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쇼크에 ‘ 설상가상’…정유사 2000억 稅폭탄 ‘ 전전긍긍’
국회 행안위, 24일부터 지방세법 개정안 심사
정유사에 지역자원시설세 무더기 부과 골자
이미 환경오염 방지위해 세금 부담 ‘이중과세’
“통과시 업계 피해 되돌릴수 없어…숙의 필요”
울산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이곳은 SK에너지, S-Oil 등 국내 주요 정유회사들의 공장이 모여 있는 정유산업의 핵심단지다. [울산시 제공]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최악의 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가 오히려 세금부담을 가중시키는 포퓰리즘성 법안 논의에 나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대규모 과세부담에 더해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소지까지 있어 법안 통과 시 정유사들의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는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 등을 심사할 예정이다.

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정유사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 규모는 연간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김태흠 의원이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유류 정제시설 등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리터(ℓ)당 1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환경보호 및 안전관리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이 법안에 따라 지난해 정유사의 연간 생산량을 기준으로 추산한 조세 규모는 약 1775억원이다. 지역별로 보면 SK에너지와 에쓰오일(S-Oil) 공장이 있는 울산이 897억원으로 가장 많고, GS칼텍스 공장이 위치한 여수 459억원, 현대오일뱅크가 있는 서산 308억원, 인천 111억원 순이다.

김회재 의원의 법안 역시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유해화학물질 취급량 1kg당 1원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169억원으로 예상된다.

충남 보령·서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태흠 의원은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종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번 21대 국회 들어서 1호 법안으로 다시 제출할 만큼 의욕을 보이고 있다.

김회재 의원 역시 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여수를 지역구로 두고 있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확충 및 지역주민을 위해 법안 처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이미 환경오염 방지 및 피해 해소를 위해 각종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들을 두고 이중과세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현재 정유사들은 방제분담금(127억원), 수질배출부담금(39억원), 대기배출부담금(6억원), 환경책임보험료(57억원) 등으로 연간 총 230억원을 내고 있다.

외국 정유사의 경우 해당 법안의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만큼 국내 정유사에 대한 역차별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여기에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라 현재 정유사가 생산해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등에는 일정액의 세금이 포함돼 있다. 지방세법 개정으로 정유사의 조세부담이 커질 경우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해당 법안을 검토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정성희 수석전문위원은 "지역자원시설세 부과는 소비자 판매가격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회재 의원이 제시한 법안의 경우 유해화학물질의 종류가 광범위해 과잉과세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유해화학물질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정유사의 세부담이 약 63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이미 정유사들은 화학물질관리법 시행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관리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시설투자를 계속 하고 있다"며 "최근 모빌리티 환경의 무게중심이 석유에서 전기차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해당 법안들은 오히려 정유사의 사업 의지를 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국내 정유사의 위축된 업황과 이중과세, 역차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국회가 입법 과정에서 여느 때보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동언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재보선, 전당대회, 대선 등이 가까워질수록 수많은 법률개정안이 발의될 텐데 국회에선 숙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입법으로 이한 불가역적인 산업·경제계 피해를 막기 위해선 사전 입법영향평가 도입과 충분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청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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