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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진보와 보수의 뇌는 차이가 있을까?

최근 신경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그동안 사회 혹은 문화 현상이라고 여겼던 것도 모두 뇌기능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뇌를 중심으로 하는 융합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학문체계가 생겨나고 있다. 그 중 정치적인 성향이나 입장에 따라 뇌 기능의 차이를 연구하는 분야가 있는데, 이를 ‘신경정치학(Neuropolitics)’이라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신생 학문이라 연구자가 거의 없다.

‘신경정치학’의 가장 유명한 연구는 2004년 미국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에머리대학 심리학과 드루 웨스턴 교수팀의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연구이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는 자신이 과거 출마했을 때와 상반되는 사회보장제도 관련 정책을 주장했다. 존 케리가 모순된 주장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련 영상을 본 민주당원들의 뇌에서는 ‘공감(共感)’과 관련된 부분의 신경세포가 활성화됐다. 반대로, 같은 영상을 본 공화당원들의 뇌에서는 감정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부위의 혈액 순환이 활발해지는 현상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분노를 억제하기 위한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같은 사실에 대해 자신이 지지하는 쪽의 주장은 모순되더라도 이해하려 하지만, 그것이 상대편일 경우에는 뇌에서부터 부정적 감정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내 편이면 무조건 옹호하고, 상대편이면 무조건 반대하는 현상이 뇌에서도 나타났다.

그렇다면 진보와 보수 성향인 사람들의 뇌 기능은 어떻게 다를까? 2007년 뉴욕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진보성향의 사람의 뇌는 갈등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전방띠이랑(anterior cingulate gyrus)의 활성도가 증가돼 있었다. 진보 성향의 사람은 보수 성향에 비해 모호하고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2011년 런던대학의 연구에서는 진보 성향은 전방띠이랑 용적이 증가돼 있고, 보수 성향은 편도(amigdala)의 용적이 증가됐다. 즉, 진보 성향의 뇌는 오류에 대해 민감한 반면, 보수 성향은 위험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됐다는 의미이다. 정치 성향에 따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자극에 차이가 있으며, 이 자극에 의해 결과적으로 뇌의 구조 자체가 변화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국내 최초로 정치적 입장의 차이가 뇌기능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연구를 했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안와전두엽과 쇄기앞소엽(precuneus)의 뇌 연결성이 진보 성향에 비해 높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 두 부위의 연결된 정도는 회복탄력성이나 자기조절능력과 비례했다. 정치 성향에 따라 뇌의 기능적 연결망 또한 다르게 설계돼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정치적 입장, 삶의 태도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반응이 서로 다를 뿐 아니라, 뇌 기능이나 구조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결과 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뇌자극 등을 통해 뇌 기능을 변화시켰을 때 정치적 성향이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연구에도 흥미를 느끼고 있다. 무궁무진한 연구 가능성이 있는 분야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신경정치학’ 분야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소망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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