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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분 만에 매진”…피아니스트 조성진의 2년 9개월 만의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조성진 [성남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 13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 성남아트센터는 오랜만에 클래식 팬들로 북적였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주목받고,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사를 달고 다닌 조성진의 전국 투어였다. 성남아트센터의 저녁 공연을 찾는 관객들은 연령대를 불문했다. 머리가 희끗한 고령의 노부부부터 제2의 조성진을 꾼 꾸는 초등학생 아이들의 손을 잡은 엄마들, 로비에서 전문지식을 나누는 클래식 애호가와 조성진의 이름 석 자만으로 공연장에 이끌린 클래식 문외한까지 객석을 채웠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60대 후반의 김중산 씨는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의 공연이라 보러 왔다”고 말했다.

조성진의 국내 독주회는 2년 9개월 만에 성사됐다. 지난달 28일 광주를 시작으로 대구, 부산, 창원, 서울, 춘천, 성남, 수원, 경주, 대전, 여수 등 전국 11개 도시를 돌았다. 애초 올 7월로 예정됐던 공연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며 몇 차례 연기됐다. 한 좌석씩 띄어 앉은 것으로 객석의 50%만 채웠으나 조성진의 리사이틀은 초고속 매진을 기록했다. 성남문화재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7시 30분의 두 차례 공연은 모두 1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며 ‘클래식계의 슈퍼스타’임을 입증했다.

객석은 공연 시작 전부터 경건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오랜만에 만나는 클래식계의 젊은 거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은 조용히 프로그램 북을 살피며 이날의 주인공이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성남에서의 저녁 공연 프로그램은 슈만 ‘유모레스크’, 시마노프스키 ‘마스크’,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로 짜였다.

오프닝곡인 슈만 ‘유모레스크’는 슈만의 대표작 중 하나. 열일곱 살의 조성진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선보인 이후 9년 만에 다시 연주하는 곡이다. 장대한 구성의 ‘유모레스크’ 앞에서 조성진은 맑고 깔끔한 소리를 들려주면서도 경쾌한 율동감을 더했다. 감성적이면서도 유쾌함이 오가는 흐름마다 조성진은 표정마저 변화무쌍하게 바뀌며 연주와 하나가 됐다.

조성진 [성남문화재단 제공]

폴란드 작곡가 시마노프스키의 ‘마스크’는 낯선 현대음악의 매력이 관객에게 전달된 무대였다. 조성진은 이 곡에 대해 “감각적이고, 컬러풀하면서, 드라마틱”하다고 말했다. 패기 넘치는 연주로 곡을 장악하자 현대적인 음향이 새로운 음악이 돼 콘서트홀을 가득 메웠다. 깔끔하고 간결한 조성진의 연주와는 사뭇 다르지만, “귀에 확 꽂혀서 못 잊을 것 같은 멜로디는 없지만, 듣다 보면 계속 생각이 난다”는 그의 말처럼 잊지 못할 연주였다.

인터미션 이후 이어진 2부에선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에서의 조성진은 자신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밀어붙이며 관객을 압도하는 연주를 선보였다. 힘 있는 타건과 뛰어난 감수성을 오가는 연주를 마치자 객석에선 ‘브라보’가 절로 터져 나왔다.

앙코르 역시 대단했다. 박수가 끝나면 다시 나와 연주하고, 박수가 끝나면 또 다시 나와 피아노 위에 앉았다. 차이코프스키, 쇼팽, 리스트로 이어지는 총 세 곡을 연주한 ‘앙코르 요정’은 객석의 뜨거운 기립박수와 함성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들어올려 마지막 인사를 하며 떠났다.

이날 공연 이후 만난 김미정(42) 씨는 “딸이 피아노를 치고 있어 함께 왔는데 얘가 꿈을 꾸는 것 같아서, 봤는데도 본 것 같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 역시 벅찬 감동을 받은 연주였다”고 말했다.

전국 투어 일정은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앙코르 리사이틀로 막을 내린다. 예매는 20일 오후 2시 오픈이다. 마지막 공연인 만큼 다시 한 번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 예상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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