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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판사님, 차라리 파산선고를 해주십시오

  • 기사입력 2020-11-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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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생계획(채무자가 채권자들에게 어떻게 변제할 것인지를 기재한 문서)을 심리하고 결의하는 관계인집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생계획에 대한 관리인이나 조사위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회생계획안을 심리하는 단계까지는 별다른 문제 없이 통상적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원만하게 진행됐다. 그런데 회생계획에 대한 가결을 하는 단계에서 법정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채권자들이 한 명씩 일어나더니 회생 절차나 회생계획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다. 급기야는 채권자 중 한 명이 격앙된 어조로 “판사님, 저는 회생계획안에 동의할 수 없고, 차라리 파산선고를 해주십시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해당 사건은 담보권자는 없고 일반채권자(회생채권자)만 있는 회생사건이었다. 회생계획의 대략적인 내용은 회생채권의 26%를 변제하고, 나머지는 출자 전환하는 것이었다. 채권자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투자했는데, 26%만 변제받는다고 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는 것이다. 더욱 분노하는 것은 회생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한 번도 채권자들을 모아놓고 어찌하여 회생 절차에 이르게 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얼마를 변제할 것인지 등에 관해 설명한 적도 없고, 자신들에게 회생계획안에 대한 동의 여부도 사전에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채권자들은 상당한 금원을 회사에 투자한 관계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고,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도 못했는데 사장은 매월 꼬박꼬박 상당한 정도의 급여를 받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후 사정으로 보아 채무자 회사의 사장은 회생계획에 동의하지 않을 것 같은 채권자들과는 전혀 접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단됐다. 사장 입장에서야 가결에 필요한 채권자들의 동의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극렬하게 반대하거나 협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채권자와는 접촉하지 않고, 심지어 몰래 회생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해당 사건도 채권자의 70% 이상의 동의를 받아 회생계획안 가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사장이 반대하는 채권자들에 대해 이해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예전에는 회생 절차를 신청하면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조사한 후 채권자들을 모아놓고 대표자가 회생 절차에 이르게 된 경위나 자산부채 상황 등을 설명하는 관계인집회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관계인집회가 임의적인 것으로 됐고, 실무적으로도 조사위원이 조사한 위와 같은 내용을 요약해 채권자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갈음하고 있다. 회생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제도적 개선을 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채권자들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사라져버렸다.

해당 사건은 회생계획안에 대해 가결 요건을 갖췄고, 회생계획의 수행에 필요한 인가 요건도 모두 갖췄다. 그래서 채권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 하소연을 들어준 후 회생 절차 진행 과정에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설명했다. 나아가 회생계획을 인가하더라도 그동안의 사정을 안내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후 관계인집회를 종료했다. 관계인집회를 마치고 주심판사에게 관계인설명회를 개최해 회생 절차에 이르게 된 경위나 사장의 급여를 삭감하는 등의 자구책 등을 설명하고, 채권자들의 양해를 구하도록 조치했다.

회생 절차는 기본적으로 채권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다수 채권자가 회생계획안에 동의하면 반대하는 일부 채권자도 강제적으로 채무를 조정(감액)당할 수밖에 없다. 채무 조정으로 인한 손실을 채권자들이 분담하는 것이다. 재정적 어려움에 빠진 채무자를 구제한다는 목적에서 강행되는 채무 조정이지만 그 전에 채권자들에게 충분한 참여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도 갖출 필요가 있다. 다년간 회생 절차를 진행하면서 채무자의 입장만 고려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을 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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