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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노답’ 전세대책

“확실한 대책이 있었으면 발표했을 것”,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 이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전세대책 이야기다.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말이다. 국민 분노지수를 더 높인 발언도 있었다. “불편해도 기다려달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입에서 나왔다. 종합하면 한 마디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노답’이다.

미증유의 전세대란이다. 국민은 불편이 아니라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저금리 탓’이라고 한다. 안정세고 과도기라고도 했다. 통계는 다르다. 서울아파트 전셋값은 71주, 전국적으로는 61주 연속 오름세다. 이달 첫째 주 전세수급지수는 130.1로 역대 최고치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표는 대란인데 정부는 안정세라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문제는 상황인식이다. 원인은 공급 부족인데 저금리를 지목했다. 진단이 틀렸으니 답이 나올 리가 없다. 저금리가 진짜 문제면 금리만 올리면 된다. 집값만 보고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경제침체만 가속할 뿐이다. 경제 정책이 간단치 않음을 정책 당국자들이 더 잘 안다. 그래서 저금리 탓이 국민에겐 더 얄밉게 다가온다.

정부가 애써 외면하는 전세대란 이유는 즐비하다. 실거주를 압박한 대출·세금 규제가 대표적이다. 일정기간 살지 않으면 대출을 회수하고, 보유세·양도세 등 각종 세금을 중과한다. 분양가 규제로 청약시장이 로또가 되다 보니 전세를 살며 기다린다.

이런 가운데 임대차3법 시행이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기존 세입자들이 갱신권을 행사해 계속 산다고 하니 매물은 더더욱 없다. 집주인은 직접 들어와 살겠다며 맞섰다. 자연스레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게 될 세입자도 늘었다. 수요가 넘치는 데 공급은 부족하니 값은 오른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국의 전셋값 상승률 속도도 가팔라졌다.

전세난은 공급부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지난 1년 동안 서울 세대 수는 9만5000여세대가 늘었다. 하지만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9000여가구로 절반 수준이다. 공급확대라는 정답을 피하니 당연히 해결책이 없다. 정부가 수도권에 공공전세를 찔끔 공급한다고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공급하더라도 실입주까지 시간이 걸린다. 주택시장은 지역별 개별성이 있어 원치 않은 곳에 그것도 임대로 공급해 줘봤자 큰 효과는 없다. 지속적인 신규 공급 확대속에 기존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양도세 인하 등 물꼬를 터줘야 한다.

하지만 현실성 없는 백가쟁명식 대책들만 쏟아져 나온다. 전세기간을 ‘3+3년’으로 보장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여당대표는 ‘주택·지역 개발부’를 신설하자고 한다. 대출과 세금내역까지 훤히 들여다보는 ‘부동산거래분석원’도 설립된다. ‘옥상옥’의 정부조직만 만든다고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간다고 사라질 조직들도 아니다.

이젠 정부가 솔직해질 시점이다. 임대차3법 등 온 나라를 부동산 전쟁터로 만든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수정해야 한다. 그래야 답이 나온다. 국민에게 ‘저금리 탓이며, 기다려만 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 ‘대책을 위한 대책’은 악순환만 지속될 뿐이다. 저금리탓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가릴 순 없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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