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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아시아나항공…주주와 채권단 ‘죄수의 딜레마’
산은·수은 증자엔 필수
균등감자 주주에 부담
부결시 관리종목 위기
가결표 던지면 배임돼

아시아나항공이 균등감자를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의지로 보인다.

산은과 수은 등 채권단에게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만을 대상으로 한 차등감자는 부담이 너무 크다.금호고속만 아시아나주식수를 줄이면 손상가치를 대차대조표 자본항목에 기타포괄손익으로 반영해야 한다. 자본이 줄고 부채비율이 높아진다. 채권단은 지난해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44.56%를 담보로 1조6000억원을 빌려줬다.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자기자본비율에 부담이 커진다. 혈세로 자본을 보충해야할 수도 있다.

채권단을 제외한 주주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조치일 수 있다. 경영부실과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 불발에는 채권단의 책임이 더 큰데 왜 일반주주까지 같은 부담을 떠안느냐는 불만을 가질만 하다. 2대주주인 금호석유도 자사 주주들로부터 배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반대표를 던질 수 밖에 없다.

상법상 감자는 주총 특별결의 대상이다. 발행주식 1/3 이상 주총 참여주식 2/3의 찬성이 필요하다. 70% 참여율을 가정하면 47%가 필요하다. 금호산업 지분율은 30.8%하다. 11.2%를 가진 금호석유가 반대하면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채권단이 왜 균등감자를 밀어부쳤을까?

올 6월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은 4880억원으로 자본금(1조1162억원)의 43.7%에 불과한 자본잠식 상태다. 회계연도말 기준으로 자본잠식율이 50% 이상 2년간 이어지거나, 완전자본잠식이면 상장폐지다. 3분기에도 자본잠식이 상당부분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지원 없다면 아시아나항공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올 회계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업보고서 제출시한인 내년 3월말까지 자본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가 되면 소액주주들의 주식은 유동화가 어렵게 된다.

주주로서 감자에 동의하려면 이후 증자로 기업가치가 얼마나 높아질 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3대 1의 균등 감자 비율은 부담스럽다. 감자 후 주가가 3배가 올라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주당 3000원 남짓인 현재 기준으로 감자후 주가가 1만원은 돼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줄곧 5000원도 넘지 못했던 주가다.

주식회사에서는 모든 주주가 기업가치에 대한 책임을 진다. 지배주주는 경영책임, 소액주주는 주주 지위를 선택한 책임이다. 다만 사실 아시아나항공의 실질적인 경영은 최대주주인 금호산업도, 일반주주들이 아닌 채권단이 맡아왔다. 둘다 원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만약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까지 불사하겠다면 채권단 이번 포석은 ‘협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후 대규모 증자부담을 홀로 져야 한다. 채권단의 접근방식이 중요하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는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결국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 주주간 협력적인 선택이 모두에게 최선일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더 얻기 보다는 덜 잃는 게임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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