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데이인 31일을 앞두고 지난 29일 오후 2시께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핼러윈데이인 31일을 앞두고 지난 29일 오후 2시께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지나다니며 길을 찾는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영업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식당들은 다가오는 핼러윈데이 대목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기자와 만난 상인들은 한 목소리로 “외국인이나 내국인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끝이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태원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감염증 확산 전에는 낮 영업을 했던 이들 식당들은 현재 대부분 밤에만 영업을 하고 있다.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우리가 아무리 방역을 신경 써도 걱정이 크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씨는 “종종 외국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가게 안으로 불쑥 들어오는데 눈치를 주면 ‘미안하다’고 그러면서도 그냥 들어온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씨의 가게 카운터에는 투명 가림판이 설치돼 있고 그 위에는 ‘마스크 착용’이라는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이씨는 “한남동이나 홍대거리는 활기를 찾았다고 하는데 이태원만 5월 클럽발 감염 이후 죽어버렸다”며 “사람들이 다시 찾아 매출이 오르기를 바라지만 확진자가 나오면 장사를 접어야할 판이니 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년처럼 핼러윈데이에 길거리 페이스페인팅을 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필리핀 출신 40대 이주 여성 역시 “한국에서 20년 동안 살아 뉴스도 보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벌금을 낸다고 들었다”며 “(이를) 잘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이태원에서 볼일이 있어 들렀는데 핼러윈을 앞두고 걱정이 돼 대중교통 대신 택시를 탔다”고 덧붙였다.

이날 찾은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는 ‘직원들과 손님의 안전을 위해 영업을 하지 않는다’며 휴업 안내를 내건 음식점들도 많았다. 특히 일부 업장은 창문에 ‘1m 이상 거리 유지, 출입 명단 작성 및 QR코드 인증’등 구체적인 방역 지침 안내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영어로 이를 설명하는 안내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태원역 앞에서 50년 간 잡화점을 운영하는 강모(64)씨는 “지하철을 탈 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하기 때문에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잘 쓰는 것 같지만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울 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에서 살던 외국인들은 방역 지침을 잘 알고 있지만 핼러윈데이 때 몰리는 외국인 관광객, 유학생이 (방역 지침을 잘 지킬까) 걱정”이라며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또다시 낙인과 오명을 뒤집어 쓰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측은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체온 측정과 전신소독을 하는 ‘방역 게이트’ 설치뿐 아니라 영어로 방역지침을 안내해 감염 우려를 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호성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부회장은 “핼러윈 당일 방역 지침을 영어로 안내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며 “내외국인 상관없이 안전한 핼러윈을 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서울시와 합동으로 이날부터 31일까지 이태원을 포함해 홍대와 강남역 등 서울 도심 일대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는지 집중 단속에 나선다.

핼러윈데이 당일 유흥업소들은 단위면적 4㎡당 1명을 제한해 손님을 받아야 하며 출입명단 기록과 업소소독,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