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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 상식 수준 무시하는 5·18 왜곡 처벌 특별법

민주당이 27일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허위 사실 유포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5·18을 부인·왜곡·날조해 퍼뜨리면 7년 이하 징역, 7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이 골자다. 심지어 5·18 진상조사위원회에 동행명령권을 부여해 검찰과 같은 강제 수사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 의원 174명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니 야당이 반대해도 입법 가능성은 적지 않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엄혹한 경제상황 속에서도 소모적인 검찰개혁 논란으로 비난받는 정치권이다. 국론 분열을 막아도 모자랄 집권 여당이 새로운 논란을 불러올 게 뻔한 법을 뜬금없이 추진하는 이유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지방선거와 대선을 위한 선거 전략의 일종이란 얘기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추진하기에 이 법의 치명적 문제점은 너무도 많다.

우선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개인의 평가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침해다. 그건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5·18 왜곡처벌법은 일명 ‘역사왜곡처벌법’이다. 역사는 해석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기 십상이다. 왜곡 여부는 자의적 판단이다. 위법으로 묶기 어려운 이유다. 법안은 ‘정부의 조사·발표를 통해 명백한 사실로 확인된 부분’을 거부할 경우 ‘허위 사실 유포’로 본다. 다른 말을 하면 처벌한다는 얘기다. 도를 넘어선 과잉 입법이다. 명예훼손죄를 비롯한 기존 형법으로 처벌하면 될 일이다.

이달 초 서울고법은 천안함 ‘좌초 뒤 침몰’을 주장해 온 신상철 씨를 무죄선고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와 각종 강연, 기고를 통해 “정부와 군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작했다”는 주장을 하는 인물이다. 이미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좌초됐다”는 게 국제조사단의 조사결론이다. 그런데도 재판부의 무죄 판결 요지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였다. “다소 과격하고 공격적”이었다 해도 심지어 “미확인 사실을 말한다”해도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란 논리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은 국민적 상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국민은 헛소리를 구분할 줄 안다. 그런 국민에게 말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주는 건 어불성설이다. 5·18도 마찬가지다. 그게 민주화 운동이었다는 점은 상식이다. 북한군 개입설을 누가 믿는다는 말인가. 그런 주장이 나와도 공론의 장에선 퇴출된 의견이다. 그 때문에 5·18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가 훼손된다는 건 기우다.

상식을 무시당한 국민은 화를 낸다. 그게 또 상식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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