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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펌인사이드] 대형로펌도 인사적체…회사 떠나는 변호사들
고용변호사→해외연수→파트너 공식 깨져
취업 경쟁 치열하지만 오히려 그만두는 사례도 늘어
‘송무와 자문 분리’ 때문에 전문성 키우기 어려운 면도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국내 5위권 안에 손꼽히는 대형 로펌 소속으로 6년간 일한 A변호사는 최근 회사에 사표를 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비슷한 연차의 동료들과 ‘부티크 로펌(전문성을 갖춘 소규모 법무법인)’을 차린 것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 중 상당수가 유명 로펌에서 ‘어쏘 변호사(associate attorney·고용 변호사)’로 일했던 경력을 갖췄다.

또 다른 대형로펌의 B 변호사도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전문성도 쌓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는 형사 송무에 관련된 일이었다. 매일 야근이 이어지고 서면을 써내는 ‘페이퍼 작업’을 하면서 배우는 점도 있었지만, 반복되는 업무에 회의를 느꼈다. 얼마 안있어 해외연수도 다녀올 차례였지만, 과감히 포기하고 비슷한 또래 변호사들과 법무법인을 차렸다.

‘더 이상 비전이 없다’며 과감하게 어렵게 들어간 대형 로펌을 뛰쳐나오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변호사업계에도 인사 적체가 심화되면서 ‘주니어 변호사’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 탓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는 10월 기준 올해 총 42명의 신입 변호사를 채용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43명, 태평양 31명, 세종은 33명, 율촌 32명, 화우 27명으로 30~40명 선을 유지했다. 공익법무관이나 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럭) 경험자가 일부 포함됐지만, 아직 법조 경력이 없는 ‘새내기’ 변호사들이다.

이전에 사법연수원에서 성적이 좋은 몇몇만 입사하던 때와 비교하면 채용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이후 배출되는 법조인 수가 크게 증가한 현상과도 맞물린다. 로펌이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법원과 검찰에서 ‘전관 변호사’를 채용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로펌들이 몸집을 불리면서 김앤장법률사무소에 소속된 국내 변호사는 800명을 넘어섰다.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도 400~500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기존에 자리를 잡은 변호사들이 일을 그만두는 일은 흔치 않다. 자연스럽게 사내 인사 구조에도 변화가 생긴다.

고용변호사로 일정 기간 일을 하면 회사에서 해외 연수를 보내주고, 복귀한 이후 정해진 시기에 ‘파트너’가 되는 관행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처음 시도했다.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창업한 주요 로펌들도 이를 벤치마킹했다. 이 때 창업주들 상당수는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파트너가 된 변호사들은 현역으로 남아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형사업무를 전담했다가 법률서비스 업체 ‘헬프미’를 창업한 이상민 변호사의 설명이다. “사법연수원 34기무렵부터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다 ‘워킹 파트너’로 승진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한다. 4~8년차 주니어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할 수 없고, ‘주어진 일을 하면 배당금을 받고 성장한다’는 믿음이 깨졌다.”

법무법인 정향의 박건호 변호사도 대형로펌을 그만두고 연차에 비해 다양한 경력을 쌓고 있다. 법무법인 충정에서 송무 관련업무를 맡았던 박 변호사는 스포츠 관련업무를 맡고 싶어 사표를 냈고, 축구선수 에이전시를 창업했다가 새 로펌을 세워 경영을 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중국에 관심이 많았고 국제적인 업무를 많이 하고 싶었지만 관련 사건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로펌이 세부적인 팀을 꾸리다보면 팀 전문성은 좋아질 수 있지만, 송무와 자문은 분리하기가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로펌이라는 곳이 워낙 크기 때문에 유연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창립자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세대교체를 유도하는 게 미덕으로 여겨지는 문화도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설립자 우창록 변호사는 경영에서 물러나고 대표를 선출하도록 해 현재는 윤용섭, 강석훈, 윤희웅 변호사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도 5명으로 구성된 임기 3년의 운영위원 중 경영대표변호사를 뽑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안용석 변호사가 경영을 맡고 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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