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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도전·소통…리더 부재의 사회에 남긴 ‘이건희의 유산’
“리더는 종합예술가가 되어야”
知·行·用·訓·評 중요성 실천
경청·목계로 사람 대했지만
권위주의적 태도 철저히 경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28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강당에서 비공개로 열린 가운데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8일 영면에 들면서 그의 리더십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비단 재계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각계는 물론 대학생과 취업을 앞둔 2030 세대까지 ‘이건희 신드롬’이 확산하고 있다.

과거와 이념에 매몰된 오늘날 한국 사회에 그의 ‘혁신’과 ‘도전’,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줬다. 극심한 양극화와 분열, 리더십 부재라는 깊은 수렁에 빠진 한국 사회에서 위대한 기업가가 남긴 리더십은 그 자체로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건희 회장은 시대를 앞서 간 선각자였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글로벌 1위로 증명했으며, 후대 양성에 전력한 혁신적인 리더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자신의 저서 ‘이건희 에세이’에서 리더는 ‘종합예술가’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 덕목도 제시했다. 알아야 하고(知), 행동해야 하며(行), 시킬 줄 알아야 하고(用), 가르칠 수 있어야 하며(訓), 사람과 일을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評)이다.

이 회장은 “5%의 사람은 리더가 하는 말만 들어도 믿는다. 그러나 95%의 사람은 실제 행동을 봐야 믿는다”며 “리더가 솔선수범해야 조직원이 따르고 그 조직에 생기가 돈다”며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나리오 경영을 펼쳤다. 이 회장은 “5년 내지 10년 앞을 내다보고 시나리오를 짜서 모든 것을 준비하는 ‘기회 선점형’이 되지 않으면 존재는 하지만 이익은 내지 못하는 기업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위기감을 고취시켰다. 그러나 권위주의는 철저히 경계했다. 그는 “회장이나 사원이나 기본권은 똑같다. 직위나 계급은 조직을 움직이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 뻐기고 권위를 내세우는 자리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인재육성은 평생의 과업으로 여겼다. 이 회장은 “경영자는 자기 일의 반 이상을 인재를 찾고 인재를 키우는 데 쏟아야 한다”며 “아무리 우수한 사람도 엉뚱한 곳에 쓰면 능력이 퇴화한다. 그리고 한번 일을 맡겼으면 거기에 맞는 권한을 주고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히 사람을 대할 때 경청(傾聽)과 목계(木鷄)를 염두에 뒀다. “상대 말을 주의깊게 들으며 진심과 의도를 끄집어내야만(경청) 상대방을 설득해 움직일 수 있으며, 어떠한 싸움닭이 덤벼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 닭(목계)의 초연함과 의연함은 리더의 권위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그는 또한 ‘삼고초려’의 정신으로 인재를 구하는 데 전력을 다하라는 가르침을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 물려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이건희 회장은 최첨단 산업에서 선진국이 아닌 다른 나라 기업이 세계 1위에 오른 최초의 사례를 만들어낸 위대한 경영인이었다”며 “그의 리더십은 국내 기업들에 ‘삼성이 할수 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나오게 했다”고 평가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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