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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집값 올려놓고 공시지가 현실화 방안이라니

국토교통부가 공시지가 현실화 방안을 27일 발표했다. 현실화 로드맵이란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했을 뿐 인상방안이다. 안 그래도 높아진 보유세 양도세 취득세에 또 하나의 부동산 세금 폭탄 투하계획이 나온 것이다.

인상 방안 자체도 혹독하다. 내년부터 10년 동안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90%까지 올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가 65.5%, 단독주택은 53.6%,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69.0%다. 그것조차 2018년 5.5%, 지난해 9.1%나 공시가격을 올릴 대로 올려 나온 수치다. 서울은 작년 인상률이 18%다. 이 엄혹한 코로나19의 경기침체 와중에 올해 서울시 주택분 재산세는 당초 예상보다 15%나 더 걷힌 이유다. 현실화에 감춰진 정부의 속내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따지고 보면 부동산 가격을 이처럼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만든 장본인은 정부다. 임대사업자 특혜 정책으로 갭투자를 부추긴 게 누구인가. 공급을 무시한 개발억제 정책으로 젊은이들을 영끌 집사기로 몰아간 게 누군가. 경기상 어쩔 수 없는 금융완화 정책이었다 해도 그렇게 풀린 유동자금이 산업보다 부동산으로 흘러가게 만든 건 또 누구인가. 결과적으로 집값 폭등의 빌미는 모두 정부가 제공했다. 그래놓고 부동산 현시세와 과세기준 간 괴리가 크다는 점만 강조하며 인상의 근거로 삼는다. 비료를 잘못 쓴 농부가 잘못 열린 과실의 엑기스만 빼먹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공시지가 현실화의 명분은 형평성이다.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이 내라는 논리야 탓할 게 없다. 하지만 거기에도 맹점은 있다. 1주택 실거주자들이다. 공시가 인상으로 재산세가 오르면 건강보험료 등을 비롯한 각종 부담금이 그야말로 부담을 가중시킨다. 강한 펀치 한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줄줄이 연타를 맞는 셈이다. 오래 살던 집 한 채뿐인 퇴직자들은 세금 부담에 거처를 옮겨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쫓겨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여당은 중저가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줄 방안을 마련하겠다지만 일부만을 대상으로 한 조치는 안 될 일이다. 그건 또 다른 편가르기로 비칠 수 있다.

이제 집과 땅 건물을 가진 사람들은 꼼짝없이 매년 올라가는 세금폭탄의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한다. 지진을 걱정하는 일본인들과 똑같은 꼴이다. 지진지대에 태어난 일본인들이야 숙명이려니 하겠지만 좁은 땅에서나마 맘 편히 발 뻗고 잠잘 집 한채 마련한 성실한 국민이 왜 이같은 징벌을 받아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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